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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융기관의 민영화 난제 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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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융기관의 민영화 난제 풀려면

입력
2011.07.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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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뱅커지(誌)가 세계 은행산업의 현황을 정리해 자본금 순으로 1,000대 은행을 발표한다. 규모가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기관의 속성상 일단 자기자금의 규모가 커야 국제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타인의 자금을 조달해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규모가 세계 15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세계 50대 은행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딜레마 빠진 공적자금 투입 은행

물론 다른 나라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형은행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있다. 규모가 너무 커지면 도산시의 파급효과가 커 부실한 줄 알면서도 구제할 수밖에 없는 속칭 대마불사의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은행의 업무를 제한해 규모를 축소시키든지 규모에 걸맞게 충분한 자본금과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규제강화 방안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의 자산 규모는 GDP의 20%에 이르러 대마불사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4대 시중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을 대형화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점에서 글로벌 규제강화로 인해 자본금 확충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나아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형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누가 적합한 매수자이냐에 대한 논쟁도 혼선을 부추긴다. 외국자본 특히 사모펀드에게 매각하기엔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의 인수 경험을 돌이켜 볼 때 받아들이기 힘든 대안이다. 그렇다고 정부 출자은행인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것도 민영화에 역행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수이다. 최근엔 여당 대표가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시가보다 낮은 주가로 공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럴 경우 공적자금의 회수규모가 줄어들고, 만에 하나 높은 가격으로 공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추후 시가가 대폭 떨어질 경우 국민적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복잡한 문제의 실타래는 국민연금으로부터 풀어낼 필요가 있다. 세계 대형은행의 전형적인 소유구조는 여러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주주가 되고 나머지 주식은 많은 소액투자가들이 분산 보유하고 있는 형태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경영권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분을 확대하고 나머지는 기타 기관투자가들과 소액투자가들이 분산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연기금에 의한 은행 인수는 은행주 가치상승에 따른 혜택을 공공 부분에 귀속시킨다. 이미 국민연금기금은 4대 금융지주의 4%에서 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좀 더 늘린다면 민영화의 최적의 대안이 될 뿐 아니라 공공이익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적절한 지배구조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분산된 소유구조로 인해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정부가 개입해 주인 역할을 하거나 대리인인 경영진이 지배력을 독점하고 남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사회가 적절한 경영감시 및 견제 기능을 수행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로서 유의한 감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관치 근절이 연기금 확대의 관건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소유구조 안정이 사회적으로 중요함을 인정해 국민연금의 금융기관 지분참여를 찬성하면서도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제한적 참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주주권 참여가 자칫 금융기관 경영 간섭, 나아가 관치금융으로 이어져 금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문제는 결국 관치의 문제나 대리인의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실제 어떠한 방식으로 은행의 소유와 지배구조에 개입하느냐가 결국 우리나라 은행들이 선진 금융기관이 되느냐 못되느냐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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