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5일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과정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특혜 의혹들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정부가 책정한 대한생명 매각 협상 가격의 적정성 여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인수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서의 특혜 논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인수 컨소시엄'에 외국계 맥쿼리생명을 참여시키는 과정에서의 이면 계약 논란 등을 항목 별로 감사했다. 감사원은 '업무상 과오는 있었지만, 결정적 잘못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려 감사를 요구한 정치권의 반발 등 논란이 예상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 감사원은 정부가 한화그룹에 제시할 매각 협상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총 8,000억원을 누락했다고 결론 내렸다. 매각 실무를 담당했던 예금보험공사(예보)는 매각 협상 때 기업가치로 1조 6,150억원을 산정해 제시했는데, 실제로는 약 8,000억원을 올려서 제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정부가 대한생명을 회생시키는 데 3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놓고 대한생명을 한화에 겨우 8,236억원(지분의 51%만 1차 매각)에 매각한 배경에는 모종의 특혜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기업 가치 평가 과정에서 발생한 예보 담당자 등의 업무 부실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 담당자들은 이날 감사 결과와 관련해 "헐값 매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8,000억원 누락이 실제 매각 가격에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등의 언급을 하면서 한화그룹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화그룹은 대주주로 있었던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부실 경영 책임 때문에 당초'대한생명 인수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금융당국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인수 자격을 얻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옛 금감위와 공적자금관리위(공자위) 등의 일부 업무 처리가 미흡했다"면서 "한화그룹에 충청은행 부실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볼 소지가 있었는데도 면책 결정을 한 것은 일부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2004과 2005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화그룹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맥쿼리생명과 '비밀 이면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적발된 뒤 일각에선 "대한생명 매각 계약을 무효화 또는 취소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감사원은 "맥쿼리가 진정한 투자자인지를 예보가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은 부적정한 업무 처리"라면서도 "이미 국내외 사법절차를 통해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아니라는 결론이 났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예보가 충분한 법률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국제중재법원에 맥쿼리에 대한 '매각 계약 무효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면서 210억원의 재판 비용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