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폭우에 폐허로 변한 경북 성주 참외단지/ 하우스 수백동 물에 잠겨…"4대강 토사가 농수로 막았나" 논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폭우에 폐허로 변한 경북 성주 참외단지/ 하우스 수백동 물에 잠겨…"4대강 토사가 농수로 막았나" 논란

입력
2011.07.15 17:34
0 0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 용암면 동락리 참외재배단지. 비닐하우스 입구로 가자 향긋한 참외향기 대신 쾨쾨한 악취가 진동했다. 파랗게 죽죽 뻗어가야 할 참외 넝쿨은 뿌연 흙먼지가 말라 붙은 채 시들어 있었다. 여기저기 잘 익은 참외들도 대부분은 썩어가고 있었다. 멀쩡해 보이는 것도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자 쑥 들어갔다. 아직 익지 않은 파란 참외는 곯아 비틀어지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물폭탄이 터진 듯했다.

재배단지 곳곳에 설치된 참외 세척ㆍ선별장도 물에 잠겨 며칠간 수확ㆍ선별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남은 고지대 비닐하우스 참외를 수확하려고 철야작업 끝에 젖은 모터를 말리는 등 복구작업을 마무리했다.

주민 서정희(47)씨는 "갑자기 물이 밀려 들어올 때 하우스 입구를 거적으로 막아보았지만 허사였다"며 "3, 4월 날씨가 좋지 않아 참외값은 비싸도 수확량이 떨어져 수입이 적었는데, 만회할 기회마저 물거품이 됐다"고 탄식했다.

성주군은 전국 참외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데, 최근 집중호우로 참외 재배지의 40% 가량이 쑥대밭이 됐다. 용암면과 선남면에서는 660㎡ 규모의 비닐하우스 800여동이 물에 잠겼다. 성주참외조합 이응홍 지도계장은 "참외수확이 한창일 때 집중호우로 이렇게 큰 피해가 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고령군 객기리 수박재배단지에는 농로 가장자리에 깨진 수박이 널려 있고, 논 바닥에는 '4대강 살리기는? 수박농민죽이기' 등이 쓰인 플래카드가 세워져 있었다. 10일 새벽 호우로 수박하우스 50여동이 침수돼 올해 농사를 완전 망쳤기 때문이다. 수박은 참외와 달리 한 포기에 한 개만 따면 끝나기 때문에 피해가 훨씬 크다.

성주 참외와 고령 수박의 침수피해가 커진 것은 4대강 공사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은 성주 참외단지 피해와 관련, "농지리모델링 사업으로 방치한 토사가 빗물에 씻겨 농수로를 막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유건열(62) 전 성주군의원은 "토사가 농수로를 막기도 했고, 4대강 공사현장 관계자들의 말로는 배수펌프 4대 중 2대가 가동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4대강 공사와 배수펌프 고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배수장 관리책임을 진 농어촌공사측은 "성주군 용암면 일대가 폭우로 토사 일부가 유실된 것은 맞지만 배수로를 막을 만큼은 아니며,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로 시간당 8.3톤를 처리하는 배수펌프가 초당 23톤이나 되는 배수로 빗물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펌프 고장설에 대해도 "당시 4대가 정상 작동한 것은 한전에서 받은 침수 시간대 전력사용량으로도 확인되며 공회전 5분이면 모터가 다 타고 만다"고 반박했다.

고령군 우곡면 수박 재배농민 김진희씨는 "4대강 사업에 따라 아직 미완공인 신배수장을 건설하면서 기존 배수장 배수구의 상당 부분을 막아 물 빠짐이 느려지면서 비닐하우스에 물이 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 고령지부 김창수 차장은 "우곡면에서는 흙으로 된 기존 배수장 부근 경사면을 종전 기울기와 길이 그대로 호안블럭으로 보강했을 뿐인데 신배수장 공사 때문에 기존 배수장 입구를 막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본류의 보(洑)가 강물을 가로막아 지천의 물이 제방을 넘으면서 인근 농지로 흘러 들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침수지역과 가장 가까운 강정보는 준설 뒤 시공한데다 가동보 형태여서 물이 흘러내려갔고, 직선거리로 8㎞나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4대강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박계규 성주군 용암면장은 "4대강 때문이든, 배수펌프장 용량 부족 때문이든 날벼락을 맞은 것은 농민들"이라며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해 농민들이 최대한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주=최홍국기자 hkchoi@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