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여기자에게 폭언한 것을 계기로 홍 대표의 '가벼운 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야권은 15일 일제히 "집권당 대표가 아니라 뒷골목 양아치"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또 여당 내부에서도 당 대표의 잦은 말실수가 내년 총선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 대표는 삼화저축은행 불법자금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흘러 들어갔다고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한 신문사 여기자가 돈을 받았느냐고 질문하자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너 나에게 이러기야. 버릇없이 말이야" 등의 폭언과 반말을 쏟아냈다.
이에 홍 대표는 해당 언론사와 여기자에게 사과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 사과했다. 홍 대표는 "언론인에 대한 격한 발언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석도 아닌 공개된 자리에서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면서 "홍 대표가 기자에게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을 했으며, 이는 법으로 따지면 모욕죄"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조배숙 최고위원도 "홍 대표는 일개 의원이 아닌 집권여당의 대표인데 뒷골목 양아치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기자의 질문은 국민이 궁금한 것을 물어본 것으로 홍 대표의 막가파식 발언은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에 여성 비하 정당이라는 오명도 모자라 이제는 폭언 정당이란 오명까지 추가됐다"면서 "조폭도 아니고,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명백히 금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집권당 대표 발언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좀 더 신중히 발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홍 대표 특유의 직설적 화법이 큰 문제가 될 줄 알았다"면서 "대표 선출 이후 자신의 발언으로 당 안팎으로 분란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정작 본인은 여당 대표라는 직책의 무게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도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을 방어하겠다고 나선 당 대표가 오히려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번 폭언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2~3%가량 떨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의 다른 의원은 "홍 대표가 평소 사석에서 거친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대표가 됐으니 언어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홍 대표의 측근들은 홍 대표에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