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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신의 커피, 더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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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신의 커피, 더치 커피

입력
2011.07.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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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개를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커피향이 퍼져 나온다. 참을 수 없는 이 향취를 여신의 유혹이라 표현을 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커피향기의 주인공은 '더치 커피(Dutch Coffee)'다. Dutch가 '네덜란드의' 뜻이니 이 커피의 출처를 말하는 것 같다. 더치 커피는 'Water Drip Coffee'라고도 부른다.

커피는 대부분 더운 물로 뽑아내지만 더치 커피는 찬물로 추출한다. 그것도 18~24시간에 걸쳐 뽑아낸다. 처음 더치 커피를 마셔본 것은 친구 백창우가 헤이리에 작곡 작업장을 가지고 있었을 때다. 자정 넘어서 문이 열려있던, 비가 오는 헤이리 어느 집에서 더치 커피를 마셨다. 그때 내가 남겨두고 온 감탄사는 '좋은 와인을 마시는 것 같다!'라는 것이다.

은현리에서 시내 나가면 늘 들렸다 오는 울산의 커피전문점에서 병에 담은 더치 커피 원액을 선물 받았다. 장시간 한 방울씩 받아내다 보니 '커피의 눈물'이라고 부르는 이 커피는 냉장고 속에서 다시 사흘 이상 숙성을 시킨다. 헤이리에서 돌아와 울산에서 더치 커피를 찾을 수 없었다.

바리스타가 있는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면서 더치 커피를 만날 수 있었다. 더치 커피로 한 커피전문점과 인연이 되었다. 그 인연에 오늘 커피의 여신을 만나고 있다. 고급와인을'신의 물방울'이라 한다. 잘 숙성된, 지금 내 앞의 감동의 한 잔은'신의 커피'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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