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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된 머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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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된 머독

입력
2011.07.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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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미국, 호주에서 보수층을 대변하는 언론을 통해 막강 정치력을 발휘했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제는 진보 정치인 및 진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머독이 뉴스오브더월드(NoW)를 폐간하면서까지 감싸고 돌았던 레베카 브룩스 마저 안팎의 압력에 결국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 직을 사임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연방수사국(FBI)은 머독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이 9·11 테러 희생자의 휴대폰을 도청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들이 13일 뉴스코프에 대한 조사를 관계 당국에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머독이 그 동안 폭스뉴스채널, 뉴욕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화당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발벗고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WSJ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폭스뉴스의 경쟁사 CNN은 기다렸다는 듯 연방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머독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국에서는 머독이 아들 제임스, 딸처럼 여기는 전 뉴스오브더월드(NoW) 편집장 레베카 브룩스와 함께 19일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에 출두하기로 했다. 머독을 청문회에 세우고, 스카이방송 인수를 저지하고, 머독과의 관계를 들춰내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궁지로 모는 주요 세력은 바로 노동당 의원들이다. 이번 사건으로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가 재조명됐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영국의 진보 언론들도 신이 났다. 가디언은 "NoW 문제를 알았더라면 WSJ를 머독에 팔지 않았을 것"이라는 WSJ 전 소유주의 반응을 비롯해 머독이 해외 부패방지법(FCPA) 개정을 위해 미국 상공회의소에 100만달러의 로비자금을 전달했다는 등의 뉴스를 내보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독이 탁월한 능력을 가졌으나 배신을 일삼는 사람으로 표현한 전 텔레그래프 사주 콘래드 블랙의 기고문을 실었다.

호주 정부는 자국 언론의 소유권 문제를 조사할 예정인데 이는 다분히 머독을 겨냥한 것이다. 언론 소유권 조사는 진보 성향의 호주녹색당이 자국 언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머독은 호주 주요 도시 신문 독자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한편 머독은 뉴스코프가 소유한 WSJ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내 도청사건이 잘 정리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 머독은 또 브룩스의 후임으로 이탈리아 위성방송 스카이 이탈리아의 최고경영자 톰 모크리지를 선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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