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니스, 한 손님이 휴대폰 하나만 들고 상점에 들어간다. 입구에 설치된 단말기에 휴대폰을 살짝 스쳐 할인쿠폰을 전송 받는다. 식재료 앞에 휴대폰을 갖다 대니 이번에는 화면에 이 재료를 활용한 요리 종류와 레시피가 동영상으로 돌아간다. 와인을 고르기 위해 와인 코르크마개 앞에 휴대폰을 스치니 포도주 이름, 생산년도, 생산지와 도수가 표시 된다. 스마트폰이 결제, 할인쿠폰 적용, 포인트 적립까지 한번에 해결해 준 것이다.
위 사례는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실제로 지구 반대 편 프랑스 니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니스 대학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학생증을 대신하고 도서를 대출하고 캠퍼스 안내 서비스를 받는다. 교통카드와 집 열쇠도 필요 없다. 스마트폰만 스치면 된다. 패션, 요리, 문학 및 철학 등 예술 분야를 선도하는 문화 선진국 프랑스가 이제는 스마트 디지털 라이프마저도 선도하는 셈이다.
NFC가 지갑과 카드를 대체
오늘날 휴대폰은 현대인에게 있어 언제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항상 휴대해야 하는 1호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더 나아가 이 휴대폰이 신용카드와 멤버십카드, 신분증, 교통카드, 모바일 열쇠, 출입증, 할인 쿠폰 등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 해 주는 모바일 지갑 기능을 하고 있다. 또 전자티켓 예매 및 저장이 가능하고 여행지나 전시회 같은 곳에서는 가이드 서비스를 해주며, 휴대폰을 스치기만 해도 친구에게 송금하고, 같이 게임을 즐기고 파일 및 정보 공유도 할 수 있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덕분이다.
NFC는 10㎝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기존 교통카드와 비슷하지만 교통카드는 데이터를 읽기만 하는 수동적 기능만 적용됐다면, NFC는 신용카드 결제나 칩이 내장된 기기 간에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는 게 가능하다. QR코드 등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에 비해 편리하고 굳이 무선 망을 이용해 데이터통신을 이용하지 않아도 돼 부담도 덜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사용하는데, 스마트폰 사용이 확대되며 NFC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조만간 주요지역에서 NFC 결제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고, 일본의 경우 전자지갑 서비스나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ID 기능이 이미 일상화 되어 있다. 프랑스는 니스에서의 1년간의 성공적인 시범 서비스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파리를 포함한 주요 9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에는 스마트폰 5대 중 1대 꼴로 NFC가 탑재되고 2015년에는 세계 약 5억명의 사람들이 교통카드 대신에 NFC를 이용할 전망이다. 또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 Sullivan)도 2015년에는 NFC 기반의 모바일폰이 전체 모바일폰 시장의 53%를 상회하며, 2010~2015년 중 NFC 기반 모바일 결제시장이 연간 11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2015년 NFC는 모바일 결제를 위한 수단으로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솔루션이 될 것이다.
국내 시범서비스 9월 말 시작
국내에서는 아직 NFC 수용 인프라가 부족하고 관련 기업간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 서비스가 범용화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 기관과 통신사, 카드사, 금융 업체 등이 모여 '그랜드 NFC코리아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올해 9월말부터 4개월간 20~30대 연령층이 자주 찾고 외국인 왕래가 잦은 명동지역 200여 가맹점에서 시범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초부터 모바일 결제 사업을 각기 추진해 왔으나, 그 동안 사업 주도권 다툼으로 사업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IT강국이었던 한국이 융합 IT 시장에서는 좀 더딘 감이 있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NFC 도입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NFC 휴대폰은 결제 및 교통카드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이나 일반 상점에서 물품 정보나 방문객을 위한 방문 정보 전송, 차에 시동을 걸고 차 내부기기와 연동되어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 현대인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해줄 것이다.
성지연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jysung@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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