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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 인권 감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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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 인권 감시기구

입력
2011.07.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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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해군 복무 시절, 포항 해병사단에 몇 달간 파견된 적이 있다. 한미 연합상륙작전 연습에서 함포연락장교 임무를 맡았다. 전입신고를 받은 사단장은 대뜸 해군 흰색 명찰을 지적했다. "왜 (해병대) 빨간 명찰을 달지 않았느냐"고 마뜩찮은 표정이었다. 내심 황당했으나 명찰을 바꿔 달 수 밖에 없었다. 해군에 통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상륙작전을 주도하는 해군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로 짐작했다. 장교숙소의 헌병 위병도 명찰 색깔을 차별했다. 아침저녁 경례 구호가 우렁찼지만, 주말에 흰 명찰 해군복을 입고 나가면 짐짓 못 본 체 딴전을 부렸다.

■ 해병대의 이런 폐쇄성은 드높은 긍지와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강인한 전투력과 빛나는 전통의 값진 밑천이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 유난한 폐쇄성은 맹목적 충성과 복종과 인내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마련이다. 강화도 총기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해병대의 갖가지 억압적 관행, 인권유린 악습은 다시없이 상징적이다. 물정 모르는 사회의 칭송과 젊은이들의 선망이 어두운 속을 볼 수 없게 했지만, 해병대 스스로 유별난 폐쇄성으로 악습과 병폐를 숨긴 채 헛되이'강군(强軍)'을 자랑했다고 할 수 있다.

■ 해병대만 탓할 게 아니다. '병영문화 개선'을 되뇌는 군이 발본 개혁을 이루지 못하는 근본은 군 조직 전체의 폐쇄성이다. 나름대로 힘을 쏟았다지만, 사회 변화에 턱없이 뒤진다. 2005년 육군 GOP 총기 참사 뒤 그토록 부르짖은 병영문화 개선 구호가 잦아든 듯하더니 총기사건과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현실은 군의 민주화, 장병 인권보호를 마냥 군에 맡길 수 없음을 일깨운다. 스웨덴의 군 옴부즈맨, 독일의 군 감독관과 같은 독립적 감독기구 도입을 다시 논의할 때이다.

■ 독일의 군 감독관(Wehrbeauftragte)은 군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의회의 군 통제를 돕는 헌법적 기구이다. 의회에서 선출하는 5년 임기의 감독관은 군의 전반적 여건을 살피지만, 군인과 가족 등의 소원(訴願)을 비밀로 접수해 군 지휘체계와 독립해 조사한다. 부당처우 복지 훈련 인사 등의 모든 불만이 대상이다. 모든 부대를 예고 없이 방문 조사하고 사법기관의 협조를 받을 권한이 있다. '모든 군인의 변호사'로서 인권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통해 민주 군대 정착에 큰 몫을 했고, 지금은 군과 의회의 소통을 돕는 역할이 더 크다고 한다. 군 지휘부부터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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