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워런트증권(ELW)은 '대박 상품'으로 통했다. ELW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 등의 기초자산을 미리 정한 시기(만기일)에 미리 정해진 가격(행사가격)으로 사거나 팔 권리를 가진 유가증권인데, 선물ㆍ옵션 등 다른 파생상품과 달리 소액으로도 비싼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지렛대(레버리지) 효과가 컸다. 그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2005년 12월 ELW 시장이 개설되고 불과 4년 만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세계 2위로 뛰어 올랐고, 작년엔 1위 홍콩을 제치기도 했을 정도다.
ELW 돌풍에 제동이 걸린 건 올해 3월 검찰이 이 시장을 '투기판'으로 규정하고 대대적 수사에 들어가면서부터. 검찰은 급기야 지난달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에게 ELW전용선을 제공하는 등 편의를 봐준 혐의로 증권사 전ㆍ현직 사장 12명을 대거 기소했다. 스캘퍼가 하루 100차례 이상 초단타 매매하면서 ELW시장을 시세변동이 급등락하는 도박판으로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스캘퍼와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 증권사간의 불법적 유착 관계도 드러났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각 증권사 대표들의 사정이 어찌됐든 재판에 넘겨진 이상 이들은 대법원 판결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1~2년은 법원을 들락날락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현행법상 벌금형만 받아도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다, 확정 판결에서 벌금형 이상 유죄가 확정되면 최장 5년까지 금융투자업계 임원이 될 수도 없다. 연임은 물론, 퇴임 후 다른 증권사로 옮기는데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까닭에 이들 12명중 무려 절반이 로펌 업계 1위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택했다. 나머지도 6위권 내 대형 로펌들을 골랐다. 같은 로펌을 선택한 증권사끼리는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과 증거 등을 공유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각오다.
법정 안에서는 이처럼 증권사 최고 수장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한편 법정 밖에서도 검찰 수사의 후폭풍은 여전하다. 11일 ELW 거래대금이 8,723억원으로 추락해 전성기 시절인 지난해 10월(2조원대)의 3분의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ELW시장 건전화 방안' 일환으로 8월부터는 ELW 신규 투자자는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맡긴 뒤에야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스캘퍼가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예탁금 제도까지 시행돼 ELW시장이 자칫 고사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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