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은.
"공혜진의 <광릉 수목원 사진 일기> . 글과 그림이 곁들여진 책이다." 광릉>
-왜 이 책을.
"여섯 살 아이와 함께 일주일에 세 번씩 숲에 다닌다. 유치원에 가는 대신 또래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한 지 벌써 삼 년째. 숲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나도 조금씩 풀과 나무와 꽃들에게 정을 주고 눈길을 주게 되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바닥만 보고 걷던 발이 풀썩한 잡초를 밟을 때, 신이 젖을까 걱정하던 비 오는 날에도 마음껏 빗물을 찰박이며 걸을 때, 새삼스럽게 숨어있는 작은 생명들과 자연의 경이에 눈뜨게 됐다. 보고 또 봐도 쉽게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작은 풀꽃들의 이름과, 다시 급한 일상으로 돌아오느라 가슴 깊이 새기지 못했던 풍경들을 이 책에서 대면했다. 작가가 섬세하고 다정히 그린 온갖 표정들에서 비로소 내가 지나쳤던 생명과 자연의 진심을 조심스럽게 만나게 됐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일년 내내 거의 매일 숲에 다닌 듯한 '숲 일기'다. 똑같은 나무도 매일 모습을 조금씩 바꾸며 계절을 온몸으로 보여준다는 걸 다정한 설명과 함께 사진으로 보여준다. 무심히 지나치던 씨앗과 애벌레의 모습에서도 공혜진은 여러 가지 표정을 발견한다. 우리에게 뭔가 말을 걸고 있는 듯한 그 눈들이 사실은 우리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그리고 인간의 친구로 남아주려 한다는 따뜻한 얘기를 들려준다. 마음을 활짝 열고 자연을 그대로 느끼는 짧은 단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숲에서 활동하며 느끼던 것들을 누군가가 잘 정리해서 '딱 이거죠?' 하고 보여주는 것 같다."
-인상적인 대목은.
"쨍한 풀, 쨍한 꽃, 쨍한 나무, 쨍한 하늘, 쨍한 세상. 모든 것이 잘 나온 컬러사진 같은 날. 튤립이 한창이다. 자세히 살펴보며 자연에는 서로 같은 것이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비슷한 느낌을 줄 뿐! 같은 땅, 같은 공기, 같은 햇빛, 같은 바람에도 같은 꽃은 없다."
-추천한다면.
"숲에서 거닐어 보거나, 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숲 향기를 깊이 마시며 잠시 멈추면, 우리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는 많은 숲 친구들의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따뜻한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놀이를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풀과 꽃, 나무들의 이름을 알고 외는 것도 좋겠지만, 그들이 온몸으로 보여주는 삶 그 자체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광릉 수목원 사진 일기> 는 세밀화 일러스트레이터 공혜진씨가 생태림의 보고 광릉수목원에서 2년간 생활하며 만난 자연의 식구들을 스케치한 사진 에세이. 사진 위에 드로잉을 덧그린 감성적 비주얼에 자연과의 대화를 담은 서정적 단문이 특징이다. 안그라픽스ㆍ228쪽ㆍ1만3,000원 광릉>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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