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오채 지음/비룡소 발행·중1 이상·1만원
소설 속 열여섯살 초아에게 가장 큰 적은 엄마다. 명품가방을 자식보다 아끼고 진한 향수를 풍겨대며 남자들을 꼬드긴다. 입에 욕을 달고 살고 뻔뻔하고 무식하다. 급기야 부유층 계모임 사기사건에 연루돼 학교에 있는 딸을 불러내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이야기는 야반도주한 모녀가 섬에 사는 외할머니를 찾아가면서부터 펼쳐진다. 엄마가 스무 살 때 가출 이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곳. 엄마가 노리는 것은 집안 대대로 내려온 보물 고문서다. 엄마답다.
엄마는 섬에서 보물을 찾기 위해 다락과 장롱 등 집안 뒤지기는 예삿일이고 옛 동네친구의 밭에서 도자기가 나왔다는 얘기에 땀을 뻘뻘 흘리며 호미질을 해댄다. 하지만 엄마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고문서는 노비문서로 밝혀지고, 밭에서 캐낸 백자는 값싼 중국산 도자기로 드러난다. 좌절하는 엄마에게 외할머니는 한평생 모아뒀던 돈을 꺼내주고 엄마는 서슴없이 돈을 챙겨 뭍으로 떠난다.
책은 부족한 부모를 바라보며 그처럼 살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을 담았다. 이해하기 싫지만 이해하지 않을 수 없고, 도망치고 싶지만 그리운 부모 자식 관계를 밝고 유쾌하게 그렸다. 오래 동화를 써온 저자의 첫 청소년 소설. 우리말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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