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주택 부족 3년 후 해소… 전세대란 숨통 트일 것"
전세시장이 시끄럽다. 올 상반기에 수도권 주택 전셋값이 급등하더니 하반기에도 심상치 않다. 최근 2년간 무려 25%나 올랐는데도 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사철이 아닌데도 전세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세시장에서 집주인들의 교섭력이 커지면서 월세 전환이 크게 늘고 있다. 월세는 전세보다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부동산버블 때 무리하게 집을 샀던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이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 해법은 없는 건지, 부동산업계에서 실력있는 인물로 통하는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 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_ 올 상반기 급등했던 수도권 주택 전셋값이 하반기에도 심상치 않다는데. 전반기만 해도 4~8%가 올랐고 최근 2년간 25%가까이 올랐다. 더 오르면 서민들이 너무 힘들어지지 않겠나.
"전세 문제가 과연 수급의 문제인지, 아니면 집을 사지 않겠다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건지 단언하기는 아직 어렵다. 이는 인구구조 변화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진행이 된다. 전세가 오르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은 수급의 문제다.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한 공급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아파트는 문제가 안된다. 2000년도에 수도권에 소형주택 7만 가구가 입주를 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약 1만4,000가구, 올해는 1만1,000가구가 입주했을 뿐이다. 본질적으로 전세난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아파트는 오히려 공급과잉이다.
전세난이 완화되려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이전되어야 하는데 중간에 고리가 끊겼다. 2001년 9월에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서울의 경우 64.9%에 육박했는데도 매기가 별로 없다. 보금자리 쇼크도 한몫 했다. 보금자리주택 가격은 주변 시세의 절반에 불과한데다 집값이 앞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친 것 같다. 지금은 과거처럼 내집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사려는 것이다. 주택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차라리 보금자리주택이나 분양받겠다는 심리가 있다.
_ 월세 전환이 많아지는 것은 서민들에게 부담 아닌가.
"전세난이 일어나면서 집주인들이 우월적 지위를 확보했다. 시장에서 교섭력을 갖고 있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계약하려 한다. 그러니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월세는 이자율로 보면 월 0.6%다. 월세 전환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전세의 공급량도 줄어든다. 재개발지역이나 뉴타운 등에서 철거 수요가 나타나는 것도 전세난을 부추긴다. 강남 청실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소형주택 공급이 줄면서 중산층의 전세를 흡수할 수 있는 버퍼 기능이 상실된 측면이 있다.
전세난은 이사철마다 반복된다. 특히 요즘은 이사철도 없고 사계절화돼 있다. 무주택자들은 불안과 극도의 주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눈치를 보다가 가을 전세를 6월에 찾으러 다닐 정도다. 길바닥으로 나앉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결국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셋값이 오른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다.
강화도조약 때부터 우리사회에 전세가 있었다고 한다. 전세가 세입자에게는 본질적으로 유리하다. 월세보다 싸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면 사실상 소비 침체로 이어진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쓸 돈이 자꾸 줄어든다. 월세 시대로 가면 월급 300만원 중 100만원을 내야 한다. 이럴 경우는 복지정책 등을 본질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전세나 월세는 일종의 생필품과 같은 개념이다. 공간을 매개로 한 채권ㆍ채무관계다. 소비 시기를 조절할 수도 없다. 당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세가격이 롤러코스터 형태가 될 때가 자주 있었다. 동백지구나 죽전지구는 입주할 당시 전세가격이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면서 다시 폭등하는 과정을 겪었다. 잠실지역도 입주 초기에 2억원대에서 나중에 5억원대까지 올랐다."
_ 대책은 없나.
"월세 전환 현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도시주택형 밀집지역이다. 재개발 뉴타운 후보지들에 월세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집주인들이 재개발을 피하려 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문제는 중산층 이상이라면 월세나 전세가격을 견딜 수 있는 완충장치가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보호막도 없고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 사람들에게 보호막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장기임대주택도 보급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 단기적으로 보면 전세 문제는 수급 조절이 아주 힘들다.
방법은 결국은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이 대?등장해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전ㆍ월세 상한제 등을 강요하는 규제를 펼 수 있다. 임대료 인상을 소비자물가 인상 수준으로 제한을 한다든가. 하지만 현재 우리 전월세 시장은 개인과 개인이 계약을 맺기 때문에 규제가 불가능하다.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이라면 좀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임대사업자들이 수백 채, 수천 채의 주택을 소유한다. 정부가 임대아파트를 많이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많이 육성하는 것이 장단기적으로 좋다. 정부와 장기계약을 해서 시프트처럼 가져갈 수도 있다. 반면 정부가 소유할 경우는 SH공사의 경우처럼 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주변 시세의 절반인 시프트를 지으면 지을수록 서울시 부채가 늘어난다. 결국은 주민 부담이다."
_ 일본이나 미국처럼 이제는 우리도 월세 중심으로 가게 되는 건가.
"대체적인 시각은 월세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천천히 갈 거라고 본다. 전세 소멸론의 근거는 3가지다. 첫째는 장기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둘째는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다. 세번째는 저금리다. 이것은 거시적 환경이다. 지금은 전세난이 소형주택 부족에서 촉발됐다. 하지만 소형주택이 본격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3년이 지나면 소형주택 부족 현상이 해소된다. 이 경우 집주인들의 교섭력이 약해지고 세입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 따라서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누가 우월적 지위에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전세가 월세로 완전 대체된다는 것은 무리한 논리다. 월세는 세입자로 봐서는 주거비를 많이 쓰는 것이 된다. 선진국처럼 월세가 많다고 해서 주택문화가 선진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_ 주변에 하우스푸어들이 너무 많다. 빚 내서 집 사고는 이자 내느라 고생이 많은 사람들이다.
"부동산 사이클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한꺼번에 상승에너지를 분출해버리면 나중에 올라가지 못한다. 2006년 말에 판교 주변에 집단 광기가 불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안된다는 조바심으로 모두 뛰어들어 거래량이 폭증했다. 하지만 그 결과로 하우스푸어들이 대거 나타났다. 2008년에도 뉴타운 때 하우스푸어들이 생겨났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2억~3억씩 베팅했다. 그때는 그게 부동산 재테크를 잘하는 것처럼 통용됐다.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내 돈을 적게 들이면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투기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쓰는 게 이익이라고 본 것이다.
집과 빚이라는 단어에서 'ㅂ' 자와 'ㅈ' 자를 바꾸면 똑같다. 빚을 잘 쓰면 영화 '워낭소리'의 누렁이 소처럼 도움이 되지만 잘못 쓰면 재앙과 파멸이다. 야누스의 두 얼굴을 잘 보여준 것이다. 무리한 베팅, 주거 과소비, 부동산 불패 등에 대한 반성이다. 밤새도록 카니발을 벌이다 술 많이 먹은 사람은 자빠지고, 쓰레기는 온통 널려있고,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 한다. 이게 구조조정이다."
_ 강남 아줌마들은 이미 부동산 처분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분당 등지에서 대형아파트를 팔아서 오피스텔을 사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다. 주택에 대한 투자가 식었다. 식은 정도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 가장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배아파하는 사람도 없다. 재건축을 대표로 하는 아파트 투기 광풍의 시대는 갔다. 종목 교체 쪽으로 많이 생각한다. 아파트는 우리 주택의 59%에 이른다. 아파트는 자본이득에 편향된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 임대 수익률은 1~3%에 불과하다. 은행이자도 안된다. 아파트에서 투자수익률은 자본이득+임대소득이다.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투자를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아파트시장은 가격에 따라서 움직인다. 보금자리 쇼크 때문일 수도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전체의 80% 이상을 신혼부부, 탈북자 등에 특수계층에 분양한다. 일반 아파트와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이 가격을 다른 아파트 가격의 준거로 보는 경향이 생겼다. 보금자리주택보다 비싸면 모두 거품이 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예 아파트를 떠나는 경향도 있다. 강남에 상가 하나 갖는 것이 로망이 되고 있다. 또 하나는 임대소득형 상품으로 빠지려 한다. 캐시플로(cash flow)형 주택이다. 도심생활주택, 오피스텔, 고시텔 등으로 주택을 수익상품화하는 것이다. 강북의 한옥은 주거수단으로 경쟁력은 없다. 하지만 여관 음식점 호텔 등을 하기 위해 사는 경우가 많다. 강남의 단독주택도 원룸 등으로 많이 바꾼다. 아파트가 오르지 않으니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다. 재건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으나 지금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구매력이 따라가지 못한다.
88만원세대가 자꾸 늘어나면서 주택 구입을 할 수 있는 구매력이 줄어들었다. 아파트 소유는 베이비부머나 386세대만의 잔치로 머물 가능성도 있다. 은퇴하신 분들 중에서도 월 450만원씩 이자를 내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봤다. '집 좀 팔아주세요'라는 말이 첫 인사가 될 때도 많다. 이들은 탈출구가 없다."
_ 수도권 집값은 최근 3년간 하락했고 부산 등 지방 5개 광역시 집값은 25%나 뛰었다는데, 이건 무슨 이유인가. 부동산시장을 단기적으로 보면 충동과 광기, 편견 등 비합리적 계산에 의해 움직인다는데, 지방의 경우 지금이 그런 상황인가.
"시장은 집단지성일 때도, 집단광기일 때도 있다. 일상에서는 집단지성이 지배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사위 이론이랑 비슷하다. 수만번 반복하다 보면 확률이 같아진다. 부동산시장도 장기로 보면 합리성을 띤다. 하지만 단기로 보면 인간의 심리와 변덕 등이 투영된다. 케인즈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고요하다고 했다.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보면 파도도 고요하게 보일 것이다.
문제는 단기다. 충동과 광기가 지배한다. 지방 문제는 과연 펀더멘탈을 보느냐, 수급을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펀더멘털은 인구와 소득, 산업, GDP 등의 측면에서 본다. 수급은 공급 측면이다. 부산의 경우 작년에 16%, 올해 6월까지 15% 등 총 30%가 올랐다. 인구는 매년 2만6,000명씩 줄고 있는데도 그렇다. 산업공동화 현상으로 인구가 김해, 양산 등으로 빠져나갔다. 물론 해운대 개발, 거가대교 건설 등의 투기적 수요도 있다. 하지만 몇년간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자연발생적인 회복세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래프를 보면 전셋값이 매매값을 따라가는 패턴이다. 대구 광주 대전 전주도 유사하다. 매매값은 오르고 전셋값이 오르지 않으면 버블이다. 부산과 대전은 회복세가 중반 이상까지 올라왔고 광주와 대구는 회복 초입이다. 수요가 간절하면 반드시 공급이 뒤따른다. 부동산은 결과적으로 그 지역경제를 바라보는 거울이다. 펀더멘탈이 좋지 않으면 아파트 가격은 신기루가 될 수 있다."
_ 수도권은 어떤가.
"일시적으로 공급과잉 상태다. 시장을 장기로 보면 전세계적으로 주택시장 버블이 1990년대 중반에 시작해서 2006년을 고비로 끝났다. 큰 사이클이다. 12년 사이클이라고 한다. 과거는 6년이었다. 케이스실러지수를 보면 2006년 여름에 미국에서 버블이 끝났고, 우리는 2006년 말, 영국이 2007년 여름이다. 호주 등은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사이클이 끝난 것이다. 수도권을 보면 버블세븐 지역은 아직도 회복이 안되고 있다. 침체 국면이기는 하지만 대폭락은 아니다. 2008년께 뉴타운 짓는다고 난리를 쳐서 그때 일부는 고점이었지만 대세 상승은 2006년에 끝났다. 지금은 평택 오산 화성 안성 정도는 괜찮다. 판교 후폭풍에도 휩쓸리지 않았고 뉴타운 광풍도 없었던 지역이다."
_ 아파트나 주택에 대해 적정한 가격이라는 것이 산출될 수 있는가. 어느 지역은 평당 5,000만원, 다른 지역은 평당 1,000만원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버블의 문제도 있겠다. 버블은 꺼져봐야 안다는데 지금은 많이 올라서 비싸다는 용어로 통한다. 주택은 입지상품이다.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한다. 강남은 버블이 있었고 전세 같은 것이 부풀려져 있으니까 버블이 있다는 얘기다. 버블이 꺼졌다가 다시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곳이 강남이다. 학군, 신분, 테헤란로가 가진 부가가치 생산성, 직주근접형 수요들. 이런 것들이 커뮤니티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긴 것 같다. 이걸 무조건 버블로 매도하기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강남아파트 구입을 '비합리적인 구매의 절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강남불패는 없다. 블랙 스완 같은 경우가 나타나면 예외가 될 수 있다. 강남불패는 오를 때만 불패다."
_ 아직도 우리 부동산은 버블 상태인가. 미국은 이미 버블이 터졌으나 우리는 아직 버티고 있다. 문제는 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집값이 물가상승률 정도는 올라가게 되는 것 아닌가.
"장기로 볼 것이냐 단기로 볼 것이냐의 문제다. 네덜란드에 1632년부터 1973년까지 300여년간 통계가 있다. 이 통계를 보면 주택이 명목가격으로는 20배 올랐으나 물가를 빼면 0% 올랐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 가처분소득이 떨어지는 현상이 있어서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물가상승은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하지만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 꾸준하게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기를 통해 한꺼번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누적이 되면 회복기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외환위기 시절 부동산 규제를 몽땅 풀었는데도 반영이 안되다가 2002년부터 확 올라갔다. 균등하게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플레 상승은 언젠가 반영이 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설명이 잘 안된다."
_ 1970년대 말, 80년대 말에 집값이 폭등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 1990년대 말에는 IMF사태로 폭락했다가 다시 2000년 중반 이후 집값이 폭등했다. IMF사태 시기를 제외하면 대충 10년 단위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한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런 패턴이 깨지는 것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는 부동산 사이클을 주글라 파동처럼 10년 단위로 간주한다. 하지만 과거의 기술적인 통계치들이 미래에도 똑같이 이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에서 소득이 많이 올라가면 다시 이 같은 사이클이 올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박스권이다. 우리는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 때문에 '고랑과 이랑' 장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DTI 규제를 풀었더니 거래가 좀 되다가 나중에 떨어졌다. 조금 오르고 내리는 것이 반복될 것이다."
_ 일본식 버블 붕괴의 가능성은 있나.
"일본식 버블 붕괴 가능성은 없다. 일본식 버블 붕괴를 팔아먹는 사람들이 있다. 팔아서 펀드를 넣으라는 등등 일종의 '공포 비즈니스'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다는 것은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주식은 더 떨어진다. 하지만 버블이 형성이 되면 언젠가 소멸하게 된다. 해소가 되는 과정에서 가계는 더욱 힘들어진다. 일본처럼 20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는 경우는 세계의 수백년 역사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예외라고 볼 수 있다."
_ 과거의 예를 보면 전셋값이 급등해서 집값을 압박하면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그런 패턴이 완전히 바뀐 건가.
"서울은 2001년과 유사하다. 소형주택이 부족했고 전셋값이 올랐다. 그때는 수급 불안에 저금리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 그때는 전셋값이 오르면 집을 사려고 했다. 전셋값이 시장의 선행지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가 올라도 집을 사지 않겠다는 흐름이 있다. 그래서 전세가 더 모자란다. 소형의 경우는 전세값이 집값의 70%에 육박하는데도 집을 안산다. 소비자들이 전세로 눌러앉는 것은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_ 참여정부 때부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계속 거꾸로 가는 분위기다. 두들겨 잡으려면 더 올랐다. 반면 규제를 풀면 더 내렸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내놔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실 참여정부 때 큰 집 하나만 갖는 것이 유리하도록 부동산 정책을 편 탓에 지금 소형주택 부족 현상을 겪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자산시장이냐 실수요 중심의 상품시장이냐에 따라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투기재로 보는 강남지역은 수요 조절과 공급 처방을 동시에 해야 한다. 다른 지역은 공급 처방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직접적인 규제를 했으나 앞으로는 넛지(nudge)의 지혜로 옆구리를 찔러서 안정을 시키는 방식을 써야 할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으니 시장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원갑 소장은
1965년 경남 함양 출생, 고려대 졸업. 세계일보, 문화일보에서 부동산 전문기자를 하다 현장을 좀더 알고 싶어서 부동산업계에 뛰어들었다. 베스트셀러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심도있게 파고들었다. 건국대와 강원대에서 부동산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부동산업학회 부회장, 국토해양부 보금자리주택포럼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