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첨단 산업계는 지금 전쟁 중이다. 이른바 특허전쟁.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빠르고 그만큼 기술의 도용과 유출도 심한 게 IT업계의 특징이지만, 지금처럼 난타전을 벌인 적은 없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현재 글로벌 특허전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스마트폰 분야.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아이폰'의 애플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갤럭시S'의 삼성전자 간 싸움은 전 세계 법정에서 소송과 맞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점입가경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물고 물리는 싸움
현재 스마트폰을 둘러싼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진영은 크게 4부류로 나뉜다. ▦가장 공격적인 애플 ▦노키아ㆍ마이크로소프트(MS) ▦안드로이드 진영(구글ㆍ삼성전자ㆍHTCㆍ모토로라 포함) ▦그리고 '특허괴물'로 통하는 특허전문관리 업체 등이다.
사실 가장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곳이 애플과 삼성전자이지만, 사실 이는 스마트폰 특허 전쟁의 일부에 불과하다. 애플은 삼성전자 외에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에 대해서도 특허 침해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고 수입금지 조치를 요구한 상태. 모두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곳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있지만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안드로이드의 목줄을 죄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노키아도 현재 세계 최대 소프트업체인 MS와 손잡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압박하고 있다. 장기간 세계휴대폰을 평정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시장을 절반이상 빼앗긴 상태. MS 역시 OS인 윈도가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에 밀려 설 땅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두 회사는 손을 잡고 애플을 대상으로 총 46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며, 안드로이드 사용 업체들에 대해서도 특허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휴대폰 업체로 보면 애플과 삼성전자 및 노키아가, OS업체로 보면 애플과 구글, MS가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전투구는 스마트폰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미국의 인텔렉츄얼벤처스(IV)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포함한 12개 업체를 특허 침해명목으로 시애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특허전쟁은 이제 IT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전장(戰場)의 중심에는 대부분 한국 기업들이 서 있다.
달라지는 싸움
"못이 나오면 때리려고 하는 원리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4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애플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빠르게 부상하는 삼성전자를 향한 애플의 견제라는 의미였다.
사실 한국기업에 대한 견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빠르게 부상하는 한국기업들에 대해 선진국 기업들의 태클은 갈수록 거세져 왔지만, 과거엔 덤핑관세 등 자국산업보호를 이유로 한 수출규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 같은 '무역전쟁'이 아니라 기술 자체를 겨냥한 '특허전쟁'으로 패턴 자체가 바뀌는 양상이다. 강경호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팀장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매출 규모와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 공세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이 노리는 것은 특허 공략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면서도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기업이 연루된 특허소송(피소 및 제소 포함)은 2004년 41건에서 2010년에는 114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이 소송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대표 전자 기업들이 단골로 걸려 있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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