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정유사들을 또 압박하고 나섰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주재하며 "현재 시점에서 과연 기름값을 올릴 이유가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지난달 28일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석유 생산을 줄이거나 출고와 판매를 제한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사업정지와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임 차관은 "정유사와 주유소가 할인을 시행하기 전인 1~3월 평균 마진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국제 유가와 환율을 고려한 7월 둘째 주 휘발유 추정 소비자가격은 ℓ당 1,880원"이라며 "하지만 실제 판매가격은 1,933원으로 크게 높다"고 말했다. 정유사나 주유소가 할인 전보다 마진을 대폭 늘렸다는 지적이다. 그는 "가격 환원 등을 틈타 담합 등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불공정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을 지속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임 차관은 또 소비자시민모임의 분석 결과를 인용, 지난 3개월간 시행됐던 ℓ당 100원 인하 효과도 미진했다고 꼬집었다. 소시모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할인기간 동안 공급가격을 ℓ당 평균 78원 낮췄지만, 주유소는 오히려 마진을 22원 늘려 실질적인 효과는 56원 인하에 그쳤다. 주유소의 휘발유 ℓ당 평균 마진은 올해 1분기 99.88원에서 지난달 셋째 주 130원, 이달 첫째 주에는 142.83원으로 높아졌다. 특히 SK의 마진율이 193원으로 가장 높아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
소시모 조사에서는 정유사들이 이달 6일 가격인하 종료 전부터 가격을 올린 정황도 드러났다. 평균 유통비용 및 마진이 1분기 ℓ당 49.74원에서 할인기간 9.66원으로 줄었지만, 6월 마지막 주에 20.64원으로 갑자기 늘었다. 소시모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약속대로 ℓ당 100원 인하를 하지 않은 만큼 가격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며 "SK 주유소가 마진 폭을 줄이지 않으면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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