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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 한국말이 안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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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 한국말이 안 들린다

입력
2011.07.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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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쏭츠어?"(일 다 끝냈어요?)

"처또이못?."(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2차 쌍용예가' 아파트 건설현장. 방규환 공무과장이 작업 중인 베트남 근로자들에게 일을 마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투른 베트남어로 다그쳐 묻는다. 마무리 정리작업을 하던 베트남 근로자들은 "거의 다 마쳤다"며 각자 장비 정돈에 손놀림이 더욱 바빠진다. 방 과장은 "현장 근로자 열에 서넛은 동남아 출신일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다 보니 간단한 말은 자연스레 배우게 되고, 현지어로 인사를 주고받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건설 인력이 중국과 동남아 등 외국인 근로자 위주로 바뀌고 있다. 20~30대 젊은 세대가 육체노동을 기피하는데다, '코리안 드림'을 찾아 국경을 넘어온 외국인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건설현장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건설 인력시장을 외국인이 점령하면서 우리 건설 근로자들의 고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방문취업으로 등록된 동남아 출신 해외근로자(교포 제외)는 총 9,370명. 지난해 말 8,651명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불법체류와 취업비자가 없는 경우까지 합하면 국내 건설 현장을 누비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작년 말 기준 약 1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작년 말 기준 건설업 전체 취업자수(172만6,000명)를 감안하면 11%가 외국인인 셈이다. 업계에선 관리직과 기술공 등을 제외한 현장 노무자의 30~40%를 외국인으로 추산했다. 전라선2공구 현장 관계자는 "이 곳에서 일하는 단순 노무자의 50%가량이 동남아 출신인데, 해마다 10% 이상씩 늘어나는 추세"라며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만 통계로 잡는 정부 수치와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건설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건설 근로자들의 고령화 비율이은 다른 업종에 비해 20%가까이 높아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작년 말 현재 건설생산직 기능인력(엔지니어, 전문기술자, 사무인력 등 제외) 중 40대 이상 비율이 77.4%에 달했다. 전체 취업자 중 40대 이상 비중이 59.0%인 것과 비교하면 18.4%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최근 10년간 자료를 비교해도 건설 현장의 고령화 속도는 무척 빠르다. 전체 취업자의 40대 이상 구성비는 2000년 47.5%에서 2010년 59.0%로 11.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건설 기능인력의 40대 이상 비율은 같은 기간 18.6%포인트(2000년 58.8%→2010년 77.4%) 증가했다.

심규범 건산연 연구위원은 "젊은 국내 근로자가 빠진 자리에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국내 건설 기능인력이 점점 고령화하는 추세"라며 "건설 인력의 고령화는 건설업 생산기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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