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자' 유룡(56)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가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돕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20나노미터(1nm= 10억분의 1m) 이하의 구멍이 벌집처럼 여러 개 뚫린 제올라이트다. 지금 쓰이는 제올라이트보다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능력이 20배 이상 좋다.
유 교수는 교통 흐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좁거나 넓은 도로 한쪽만 있는 것보다 좁은 도로와 넓은 도로가 섞여 있으면 교통 흐름이 좀더 원활해진다. 화학반응도 마찬가지다. 지름이 2nm 이하인 작은 구멍과 2~20nm인 큰 구멍이 섞여 있는 제올라이트를 넣으면 크고 작은 반응물질들이 골고루 통과할 수 있다. 화학반응 속도가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지름 1nm 이하의 작은 구멍만 뚫려 있는 기존 제올라이트는 반응물질이 크면 통과할 수 없어 반응 속도가 느려졌다. 교통체증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 교수가 만든 제올라이트가 상용화하면 다양한 크기의 반응물질로 화학반응을 빠르게 일으킬 수 있게 된다. 그는 "원유에서 휘발유를 얻는 화학반응에선 반응물질의 크기가 커 제올라이트 대신 열을 가하는데, 이번에 개발한 제올라이트를 쓰면 상온에서도 휘발유를 얻을 수 있다"며 "산업적으로 중요한 다른 여러 화학반응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15일자에 실렸다.
'제올라이트 박사' 유 교수는 지난해 국제제올라이트학회에서 3년에 한 번씩 주는 '브렉상'을 받았다. 역대 수상자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2007년 대한민국 국가과학자에 선정된 유 교수는 2013년까지 매년 1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과학자 개인에게 주는 국가 연구비로는 최대 규모다. 국가과학자는 유 교수를 포함해 총 8명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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