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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서정시 3편을 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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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서정시 3편을 외우자'

입력
2011.07.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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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것은 시 낭독이고, 시를 외는 것은 시 낭송입니다. 제가 자신 있게 낭송하는 시는 조지훈 선생의 '낙화'입니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로 시작해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로 끝날 때까지 마치 열두 폭 병풍처럼 이어지는 그 시를 낭송하면 발 밑에 붉은 꽃이 떨어져 어루숭어루숭한 것처럼 황홀해집니다.

시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이 향기롭습니다. 그 시가 사람의 마음을 물들이는 서정시라면 슬플 때는 위안을 얻고 힘들 때는 용기를 얻습니다. 대구문화재단과 재능시낭송협회 대구지회가 공동으로 '서정시 3편을 외우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목하 대구는 서정시와의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정시를 외우는 도시가 부러웠습니다. 시를 쓰는 시인이거나 시를 낭송하는 시 낭송가이거나 시를 사랑하는 일은 같은 일인데, 시인이란 이름표를 달고 다닌 지 30년쯤 되어가는 저도 제가 쓴 시 한 편 또박또박 외지 못합니다. 부끄러워 제 목표도 서정시 3편을 외우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이제 낭독행사에 초청받아 가면 시를 읽지 않고 시를 외워 보일 것입니다. 진해에서 마산까지 버스통학을 하던 고등학생 때 만원버스 안에서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외며 시인을 꿈꾸었는데, 시인이 되어서는 오히려 그 첫 마음 잊어버리고 삽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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