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이 대한항공의 독도 상공 시범비행에 반발해 외무성 공무원들에게 한 달 동안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에 엄중 항의한 뒤 관련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등 이번 사안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7면
14일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사로부터 구입한 초대형 항공기 A380기로 지난달 독도 상공을 시범비행한 것을 '영토 침범 행위'라고 규정하고 항의의 뜻에서 18일부터 한달 간 본청과 해외공관 직원들에게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대한항공은 407석 규모의 A380기를 도입해 지난달 16일 인천-독도 시범비행을 실시한 뒤 현재 인천과 도쿄(東京) 나리타공항을 운행하고 있다.
이 신문은 국가가 특정 항공사를 상대로 이용 자제 조치를 취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은 시범운행 직후 주한일본대사관을 통해 한국에 항의했으며 이후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무 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지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당 등 야당이 "그 정도의 항의로는 미흡하다"며 반발하자 외무성은 11일 한일관계를 담당하는 북동아시아과장과 총무과장 명의로 공무상 대한항공 이용의 자제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외무성의 모든 직원들에게 보냈다.
일본 외무성은 이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에 위배하는지 여부를 사전 검토했으며, 한국 정부 관료들의 실효적 독도 지배 강화 움직임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이날 "이번 조치는 사실상 우리 민간기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제재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양국 관계에 비춰볼 때 일본이 취할 바가 아니며 실망스럽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본 정부가 신중하게 대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외교통상부 장원삼 동북아국장도 이날 오후 미즈코시 히데아키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불러 엄중 항의했다. 이에 대해 미즈코시 공사는 "일본은 일본 나름의 입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