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극우보수 이념으로 뭉친 티파티(Tea Party)에 이어 데킬라파티(Tequila Party)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다. 정치에 무관심하던 히스패닉계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지형을 흔들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4일 보도했다.
데킬라파티가 가시화하고 있는 지역은 캔자스주,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등이다. 반이민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로 히스패닉 인구가 뭉치고 있다. 데킬라파티는 이달 말 캔자스주의 캔자스시티, 위치토, 토피카에서 첫 집회를 열고 2012년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초전을 가질 예정이다. 최근 주의회 의원들이 "불법 이민자를 '돼지처럼' 국경에서 사살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한 것이 히스패닉계를 크게 자극했다. 애리조나주는 최근 경찰에게 불법체류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검문할 권한을 주는 법안을 새로 만들었고 조지아주도 비슷한 규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투표율이 낮고 정치와 거리를 뒀던 히스패닉계가 행동에 나선 데는 이민개혁을 약속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게 컸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포괄적인 이민개혁법안을 집권 1년 안에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미국에서 자라난 불법이주민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드림법안의 내용은 오히려 의회에서 후퇴했다.
데킬라파티에 민주ㆍ공화 양당이 긴장하는 이유는 이들이 가진 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히스패닉계는 5,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10년간 43%나 늘어 미국 내 소수민족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12일 히스패닉계 지도자들과 백악관에서 회동하고 곧 열릴 히스패닉협회(NCLR) 연례회의에서 연설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들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데킬라파티는 지지정당을 특정하지 않은 채 정부의 이민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히스패닉계가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데킬라파티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모든 정당으로부터 버림받았다"며 "앞으로 선거에서 히스패닉계의 방향타 노릇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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