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어제 전교조 서울지부 등 4개 교원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정책이나 인사 결정에까지 노조의 개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정책이나 교과과정 등은 (단협을 통해) 논의할 수 있는 주요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즉각 "위법사항이 있는지 고용노동부에 검토를 의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교과부는 지난 1월 교육정책과 교육감ㆍ학교장의 인사권에 관한 사안 등을 교원 노사협약에 넣지 못하게 하는 '단체협약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이번 협약 중 교원 인사관리원칙 수립을 위한 협의회에 교원노조 위원을 30% 범위에서 참여토록 하는 내용 등이 가이드라인을 위배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초ㆍ중등 교사가 학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학습지도안을 작성해 활용할 수 있게 한 조항, 교육청이 자율학습에 학생을 강제로 참여시키지 않도록 지도한다는 것도 협약내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협약을 굳이 보수ㆍ진보의 대립으로 몰아가고 싶지 않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이 진보성향의 인사여서 전교조 등과 공모해 교과부에 의도적으로 반기를 들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노조위원을 30% 참여토록 한다는 인사관리원칙 수립을 위한 협의회 관련 조항만 봐도 노조위원이 참여하는 건 어디까지나 협의회이지, 인사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아니다.
물론 잘못된 6ㆍ25 전쟁 교육 사례 등을 감안할 때 교사가 결재도 없이 학습지도안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나, 단협에서 학생 자율학습까지 왈가왈부하는 건 걱정스럽고 어색하다. 이런 문제는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건 곽 교육감 역시 협약의 일부 내용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정치적 포석에 따라 협약을 체결한 후, 시정의 짐을 교과부에 떠넘겼을 경우다. 지난해 이미 시정명령을 받았던 강원교육청의 사례도 있는 만큼, 유사 사례가 반복되는 건 사회적 낭비다. '진보교육감'이라도 노조에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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