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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화상 환자, 야외활동 잦은 여름철에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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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화상 환자, 야외활동 잦은 여름철에 더 많아

입력
2011.07.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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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은? 바로 여름이다. 최근 한 대학병원이 10년간 내원한 화상 환자 전체를 헤아려본 결과다. 보통 겨울을 떠올리게 되는데, 의외다. 전문가들은 더운 날씨 탓에 작업현장의 긴장도가 떨어지거나 야외활동이 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화상 치료는 선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화상 발생 원인이나 화상환자들이 겪는 현실은 여전히 후진국 같다는 게 의료 현장의 목소리다. 원인은 산업재해와 일상생활 속 부주의가 대부분이다.

여름에 화상 많은 까닭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급성화상으로 센터에 입원했던 환자 1만9,958명을 계절별로 조사한 결과 여름의 환자 수가 5,440명(27.3%)으로 봄(25.1%)과 가을(25.5%), 겨울(22.1%)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화상 환자 5,440명을 다시 원인별로 나누면 가장 많은 게 2,189명(40.2%)인 열탕화상이다. 뜨거운 물이나 기름 같은 데 덴 것이다. 그 다음 많은 게 불이나 연기에 데는 화염화상(32.3%)이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전욱 교수는 "여름철에 열탕화상과 화염화상이 특히 많은 것은 바깥나들이나 야외활동을 하다 보면 휴대용 가스를 쓰거나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조리할 일이 잦기 때문"이라며 "다른 계절보다 옷을 얇게 입다 보니 화상이 더 심해지기도 쉽다"고 말했다.

가열된 물체에 닿으면 접촉화상, 높은 전류가 흐르는 전깃줄이나 유독물질 등에 노출되면 각각 전기화상과 화학화상을 입는다. 한림대 화상센터의 분석 결과 이들 세 가지 화상은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에 두드러지게 많다. 화학화상 환자는 총 546명 중 32.6%인 178명이, 전기화상은 1,172명 중 33.1%인 388명이 여름에 내원했다. 겨울과 비교해 각각 약 17%포인트, 15%포인트 높은 수치다.

전 교수는 "중증화상의 상당수는 여전히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데, 여름철 산업현장에서 긴장도가 떨어지다 보면 전기나 화학화상 같은 사고가 느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몸의 피부 면적 20~25% 이상에 화상을 입으면 중증화상으로 분류한다. 전기나 화학화상은 많은 경우 중증화상으로 이어진다.

환자 60%가 저소득층

화상 치료 수준은 보통 'LD(Lethal Dose)50'이라는 수치로 나타낸다. 체표면적이 어느 정도 손상된 상태로 내원했을 때 환자의 50%를 살릴 수 있느냐는 뜻이다. 최근 대한화상학회지에 발표된 한림대 화상센터의 LD50은 73%다. 체표면적 73%에 화상을 입은 환자 10명이 왔을 때 5명을 살렸다는 의미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LD50이 63%였던 10년 전에 비해 치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발생 빈도가 여전히 저소득층에서 높은 게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화상 환자의 약 60%가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의 가정에서 생긴다. 한림대 화상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화상 환자들은 평균 1,488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치료 과정에서 평균 1,123만원의 부채를 떠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 상실감도 크다. 중증화상 환자의 이혼율은 일반인보다 1.7%포인트 높고, 별거하는 경우도 2.3%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증화상 환자의 47.2%를 차지하는 생산기능직 종사자들은 화상 이후 대부분 직장을 잃었다.

화상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림화상재단의 황세희 계장은 "부채 증가와 가족 해체의 주원인이 되는 성인가장 화상 환자에 대한 지원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입원할 때부터 환자의 가족상황, 경제적 여건 등을 평가해 적절한 후원 방법을 연계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집 1cm 넘으면 병원으로

간단한 대처요령을 몰라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일상생활에서 온도가 55도 정도인 물체에 10초 동안 닿으면 2도 화상을 입는다.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많이 아프다. 온도 60도 물체엔 단 5초만 접촉해도 2도 화상이 좀더 심하게 진행된다. 정상적으로 피부가 재생되지 못해 치료를 해도 흉터가 생길 수 있다.

전 교수는 "가정에서는 피부에 크기 5~10mm가 넘는 물집이 생기면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물집 없이 덴 부위가 붉게 변하고 약간 아픈 정도(1도 화상)면 2분 안에 흐르는 물로 10~15분 식혀주면 된다.

순간적인 방전으로 피부 겉만 타는 게 아니라 센 전류가 흐르는 물체와 접촉해 몸 속까지 전기가 흐른 화상은 호흡근육이 마비되고 심장 운동이 불규칙해질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근육이 전류 흐름에 따라 초당 수십 번씩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여지지도 않는다. 이럴 땐 누군가 옆에서 바로 전기 발생 물체와 접촉을 차단시켜줘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화상 응급처치 5가지 오해

가족이 화상을 입었을 때 당황해서 무조건 찬물을 뿌리거나 젖은 거즈로 상처 부위를 둘둘 감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험천만하다. 잘못된 응급처치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화상 응급처치에 대한 오해들, 바로잡는다.

● 불에 뎄으니 물에 담근다?

상처 부위를 흐르는 물에 담그는 응급처치가 효과를 발휘하는 건 미미한 1도 화상뿐이다. 화상 범위가 넓은 경우 물을 많이 뿌리거나 젖은 거즈로 감싸면 저체온증이 생겨 자칫 생명이 위험해진다. 열원을 제거하고 상처를 간단히 식힌 다음 깨끗한 마른 수건으로 싸고 병원에 가야 한다.

● 뜨거우니 얼음으로 식힌다?

찬 얼음을 대면 상처 주변의 혈관이 수축돼 피가 잘 돌지 못한다. 피부 재생에는 피가 많이 필요한데, 얼음이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것이다. 상처 부위를 담그는 물도 얼음처럼 차디찰 필요 없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수돗물의 냉수 정도면 적당하다.

● 된장 바르고 감자 붙이면 낫는다?

민간요법으로 된장이나 치약을 바르고, 감자나 돼지껍질을 붙이면 낫는다는 얘기가 있다. 심지어 도장 찍을 때 쓰는 인주를 바르기도 한다. 모두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오히려 상처 부위에 감염이나 추가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 물집은 일단 터뜨려야 한다?

물집은 지름이 1~2cm 이하면 그대로 두는 게 피부 재생이나 감염 방지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보다 크면 물집 안에 고인 물질들이 반대로 피부 재생을 방해하면서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제거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병원에 맡기는 게 좋다.

● 아무 피부연고나 바르면 좋다?

화상 치료에 쓰는 연고는 따로 있다. 병원에선 물집을 제거한 뒤 상처가 피부에 얼마나 깊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연고를 선택해서 바른다. 가정 상비약 같은 일반적인 피부연고는 아무리 발라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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