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유럽계 로펌 이길 묘책 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유럽계 로펌 이길 묘책 있다

입력
2011.07.14 11:39
0 0

1일부터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 현실화됐다. 한-EU FTA 일정에 따르면, 총 3단계에 걸쳐 개방이 이루어지게 되고 2016년부터는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과의 합작 및 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이 가능해진다. 국내 법률시장에서 유수의 유럽계 로펌과 국내 로펌간의 치열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금번 FTA를 통해 국내에 적극적으로 진출이 예상되는 주요 로펌들은 클리포드 챈스, 링클레이터스, 앨런 앤 오버리, 디엘에이 파이퍼 등 영국계이다. 전문성과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법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상대들이다.

유럽계 로펌들과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한국 기업의 해외사건, 즉 아웃바운드 시장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무역의존도는 85%를 넘는다. 또한 GDP 대비 수출 및 수입비중은 G20 국가 중 1위다.

그만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또는 해외사업이 많다는 것이다. 유수의 해외로펌들은 이미 법률시장개방 이전에도 한국 기업의 해외거래 자문을 통해 한국기업에 대한 많은 경험을 축적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국내 로펌들이 이들과 경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법률서비스 수요자의 입장이다. 사실 외국계 로펌의 진출로 인한 경쟁은 국내 수요자, 특히 기업들에게는 다양한 선택가능성과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이 로펌이 갖추기를 원하는 주요한 두 가지를 꼽는다면 전문성, 원스톱서비스일 것이다.

우리의 대형 로펌 역시 지금까지 전문성 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M&A, 기업금융, 자원개발, 환경 등 미진한 분야가 많이 있다. 각 분야별 전문성 제고를 위해선 로펌들은 체계적인 노하우 관리시스템의 도입과 변호사의 재교육 및 글로벌화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전문성은 일련의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원스톱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 서비스로 체계화 되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부분이 국내 변호사와 로펌의 해외진출이다. 수세적으로 시장의 잠식에 급급하기 보다는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해외에 나가서 경쟁해야 한다. 1998년 법률시장 개방이후 시장 잠식으로 수세에 몰렸던 독일 로펌들이 대형 토종 로펌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경쟁하고, 해외로 진출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아시아를 중심으로 밖으로 눈을 돌리는 전환적 사고를 해야 한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로펌과 변호사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변협 등 관련단체의 역할도 필요하다. 시장에서 경쟁의 격화는 질서교란행위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고스란히 수요자의 몫으로 전가되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법률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격하시키게 된다. 따라서 정부 및 관련단체는 시장교란행위의 방지, 시장의 투명성 제고, 법률서비스의 공익성 유지를 위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류역사에 있어서 위기는 늘 있어왔다. 그러나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는가의 여부는 제국의 흥망을 갈라왔다. 위기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를 때 위기는 늘 기회로 전환되었다. '변화의 바람이 불 때 어떤 이는 보호벽을 쌓지만, 어떤 이는 풍차를 돌린다' 라는 중국의 격언이 다시 한번 가슴에 와 닿는 시기이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