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가정한 전망에서 참사(catastrophe), 재앙(calamity), 파멸(apocalypse), 아마겟돈(Armageddon) 등 갖가지 부정적인 수사를 동원하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디폴트가 정말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1979년 미국이 3일간 일시적 디폴트를 겪은 상황을 돌이켜 보면 파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당시 카터 행정부는 의회와 부채 상한선을 올리는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의회는 늑장을 부리다 마감이 임박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재무부는 만기가 돌아온 세 종류 채권을 바로 갚지 못했고 결국 평소 금리보다 0.6%포인트를 더 얹어주고서야 채권을 다시 발행할 수 있었다.
다음달 2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화는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국채금리의 상승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나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기관은 미국 신용등급을 정크본드(투기등급)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경고했는데 보스턴글로브는 이 경우 현재 3.125%(10년만기 기준)인 미 국채 수익률이 5%까지 치솟을 것이라 전망했다. 회사채나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금리 등도 동반 상승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게 된다. 서브프라임 사태 때와 같은 부동산 시장 폭락이 재연될 수도 있다.
현재 1달러를 쓰려면 40센트를 차입해야 하는 미국 정부는 세금이 들어오는 만큼만 돈을 쓸 수밖에 없는데, 정부 지출이 줄면 미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복지 지출도 줄게 돼 저소득층이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CIBC은행의 경제전문가 피터 뷰캐넌은 "미 경제에서 연방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에 이른다"며 "지출 감소는 안 그래도 약한 경제에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패치(경기회복 국면에서의 일시적 성장정체)에서 재도약을 노리던 미국 경제가 더블딥(불황을 벗어난 경제가 바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이 기우뚱하면 세계경제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국은 자국 통화 절상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를 피할 수 없고, 원자재나 상품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급등하게 된다. 한국의 대미 수출도 감소를 면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었던 미국 국채가 지급불능 사태를 맞으면 전세계 은행들이 대출규모를 축소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각국 실물경제도 타격을 입는다. 결국 미국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은 저성장 상태에서 물가 급등 곧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 실업률 급등도 뒤따르게 된다. 미국의 디폴트가 현실화하고 그 상태가 길어진다면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재앙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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