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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연천 군남댐 가보니/ "北황강댐 방류량 예측 못해 24시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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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연천 군남댐 가보니/ "北황강댐 방류량 예측 못해 24시간 긴장"

입력
2011.07.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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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1시30분 모니터를 지켜보던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 군남운영팀 상황실 근무자들의 눈이 커졌다. 경기 연천군 임진강 남방한계선 필승교(횡산수위국) 수위가 7.04m까지 올라가 심각단계(7m 이상)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7월 23일 8.66m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위였다. 남호진 군남운영팀장은 "필승교 최고 수위는 12m라 7m를 넘은 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장마철에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물 전쟁의 최전방

이날 오후 1시 필승교 수위는 6.58m로 내려갔다. 한때 30m까지 올라갔던 군남댐 수위도 수문 13개가 모두 가동되면서 28.9m로 낮아졌다. 열린 수문으로 초당 2,700톤 이상의 황토색 강물이 하류로 쏟아졌다. 주변에는 댐 방류를 보기 위해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경기 고양시에서 왔다는 홍용식(63)씨는 "저수량을 보니까 그다지 염려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상황실도 한결 여유를 찾았다. 평상시에는 8명이 2명씩 4개조로 3교대 근무를 하지만 장마철 비상상황 때는 대부분 직원이 자리를 지킨다. 당초 이날 오후 2시부터 군과 경찰, 경기 연천군, 수공이 합동 모의훈련을 계획했지만 갑자기 실전상황이 벌어진 터라 훈련은 순연됐다. 남 팀장은 "여름 장마철에는 사실상 집, 가족과는 담을 쌓고 살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약속 지키지 않는 북

편의상 댐으로 부르지만 지난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군남댐의 정식 명칭은 '군남홍수조절지'다.

말 그대로 임진강 상류 북한 댐들의 방류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다. 평소에도 물을 저장하지 않고 계속 흘려 보내 저수공간을 확보한다. 총 저수량은 약 7,100만톤으로 북한 황강댐(3억5,000만톤)의 5분의 1 규모다.

문제는 북측이 언제 방류할 지 모른다는 점이다. 2009년 10월 북한은 '남북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에서 우리가 요구한 '댐 방류 시 사전 통보' 조치를 수용했다.

하지만 수공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통보가 온 것은 지난해 단 한번뿐이었다. 지난달 30일에도 황강댐 방류로 추정되는 수위 상승이 있었지만 통보는 없었다. 수공은 황강댐 방류량이 많으면 필승교까지 도달하는데 약 3시간, 방류량이 적으면 10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 기상레이더가 포착한 임진강 상류 영상과 필승교 수위를 주시하며 대비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군남운영팀의 한 직원은 "군남댐 위 임진강의 97%가 북한에, 나머지 3%가 우리에게 있는 상황에서는 방류량을 예측하거나 제어하는 게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수위를 확인하며 대비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임진강 참사 후유증

최근 수공에 대한 연천군의 민심은 흉흉하다. 군남댐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군민 혈세 내놓으라는 수공은 물러가라'는 등 격한 표현이 새겨진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다.

2009년 9월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하류에서 야영객 6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에 대해 수공이 연천군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유족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30억9,864만원을 수공과 연천군이 6대4 비율로 책임지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연천군은 강제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고, 재판에서도 강제조정과 같은 판결이 나오면 즉각 항소할 방침이라 양측의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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