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다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시장에 두 차례나 달러화를 살포해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그가 3차 양적완화(QE3)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3일 미 하원에서 열린 반기통화정책 청문회에 참석한 버냉키 의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경기 약세가 계속될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QE3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현재 )경기회복 지연과 디플레이션 재부상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연준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와 재할인율 인하 등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6월말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QE2)가 종료된 이후 "추가 양적 완화는 없다"고 못박았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뉴욕증시는 1% 넘게 급등하며,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버냉키 의장뿐 아니라 연준 위원들도 QE3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12일 공개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회의록에서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서 상당수 위원들은 경기회복이 느려 실업률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없다면, 저금리를 유지하며 소비를 진작시키는 새로운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만큼 금리를 올려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반대 주장도 나왔지만, 회의 이후 경제상황은 QE3를 지지한 위원들에게 훨씬 유리해졌다. FOMC가 끝난 뒤 발표된 각종 지표들이 경제가 더 나빠진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의 최대 관심사인 실업률은 6월에 전달보다 더 높아진 9.2%를 기록했다.
그러나 2차 양적 완화 당시 중국, 브라질이 "미국은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한 것처럼 막상 QE3가 채택되면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QE3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FOMC 회의는 내달 9일 열린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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