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1주일에 하루만 사무실에 가고 나머지는 거의 지방을 돌고 있어요. 주요 수박 재배지가 집중 호우로 물 폭탄을 맞아 물건이 너무 달립니다. 중복(24일)때는 가격이 더 뛸 겁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서 수박 납품을 담당하는 신선식품기준관리팀 관계자는 13일 "수박대란은 이제부터"라고 걱정했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달 초를 정점으로 수박 값이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배추 값 폭락으로 배추 농가 중 상당수가 배추를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수박을 심었다"며 "그렇게 재배한 수박이 나오면 예전보다 물량이 늘어나 가격도 내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집중 호우로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특히 경남 진주(419.5mm), 충남 부여(395.5mm), 전북 고창(280.9mm), 충북 제천(278.5mm) 등 전국의 주요 하우스 수박 재배지가 빠짐 없이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상황은 노지 수박 재배지도 마찬가지. 홈플러스 관계자는 "해마다 7월20일께부터 노지 수박을 집중 수확을 해 왔기 때문에, 올해도 이 때쯤 노지 수박이 나오면 값이 안정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고창, 제천 등 주요 노지 수박 재배지마저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물량 확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워 가격은 더 뛰어오를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 광주광역시의 한 공판장에서는 지난주까지 통당 7,000~8,000원 하던 마트 공급용 수박이 호우로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이날 통당 1만1,000~1만2,000원에 팔렸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충북 음성ㆍ진천, 경북 영주ㆍ안동, 전남 담양ㆍ영암 등 대체 재배지를 돌며 물건을 확보하려는데 쉽지 않다"고 전했다.
포도와 배, 사과, 복숭아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주로 비 피해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8월 이후 본격적으로 수확이 시작되는 까닭에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는 상태. 하지만 올 여름 태풍이 여럿 온다는 예보에 이들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또 다른 전쟁이 될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예년보다 추석(9월22일)이 빨랐고, 이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과 이들에게 물량을 대는 협력 업체들이 미리 물건 확보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명절에 보름 앞서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과일들이 낙과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몇몇 업체는 도산까지 했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더 빠른 올해 추석의 경우 과일 선물세트를 어떻게 만들지를 놓고 협력업체들과 회의를 해도 답이 안 나온다"며 "정상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려면 보통 몇 주전에 미리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날씨에 대한 예측이 전혀 안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보통 명절 때 쓰는 배(신고배)와 사과(부사)는 일조량 등 기후 때문에 제 때 공급이 어려울 것 같다"며 "그 나마 원앙(배), 화산(사과) 등 다른 종류는 좀 더 빨리 수확이 가능하지만 금방 물러지고, 보기에도 예쁘지 않아 명절 제수용으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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