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회사를 다니는 임성미(여ㆍ25세)씨는 최근 업무에 필요한 노트북을 고르기 위해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노트북 가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가격이 싼 중고 제품. 그는 "처음에 중고 제품을 구입하는 게 찝찝했지만, 막상 구매를 하고 보니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중고 정보기술(IT)기기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중고제품들은 새 제품보다 10~50% 싸다. 특히 최근 들어선 미세한 흠집이나 소비자의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된 제품을 제조업체에서 약간의 손질을 거쳐 내놓은 '리퍼브 (refurbished)' 제품이 각광 받고 있다. 업체들은 보통 '리퍼'제품으로 부른다. 이 제품들은 제조 업체에서 직접 수리를 해서 나오기 때문에 중고이지만 사실상 새 제품과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다.
포장도 새로 해서 나오기 때문에 외관은 더더욱 새 제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 제조업체에서 직접 손질을 해서 나온 만큼 믿고 쓸 수 있다.
온라인 거래 사이트인 옥션(www.auction.co.kr)에 따르면 2분기에 리퍼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늘었다. 노트북을 포함해 개인용멀티미디어재생기(PMP)와 전자사전, 게임기 등 리퍼 제품 종류도 다양하다.
회전 주기가 빠른 노트북은 출고 된 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제품들이 많다. 현재 옥션에선 소니의 YA시리즈, S시리즈 등의 제품을 출시 년도와 사양에 따라 새 제품 대비 20~50% 싸게 살 수 있다. 상시 진행되는 휴렛팩커드(HP) 리퍼 제품 기획전에서는 미니노트북 등 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15.6인치 제품인 'G62-464TX' 는 정가 보다 약 20만원 이상 저렴한 67만원에, 또 130만원에 판매되는 'DV3-4006TX'(13인치)는 80만원 중반에 구입할 수 있다. 출고가 20만원인 딕플 전자사전 D35는 15만원에, 8만 원인 CDㆍ카세트 플레이어인 롯체 핑키 423P는 3만3,0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김인치 옥션 디지털디바이스 팀장은 "과거에 중고로 치부됐던 리퍼 제품이 불황이 길어지면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어학공부를 위한 노트북, PMP 등의 리퍼 제품 판매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IT기기 외에도 중고 제품 거래는 증가하는 추세다. 여러 온라인 거래 사이트의 TV와 냉장고 등 주방 가전 중고 코너를 찾는 방문자수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중고 제품을 구매할 경우 몇 가지 주의 사항이 필요하다. 우선 믿을 만한 사이트와 판매자가 내놓은 제품인 지,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 지 미리 살펴봐야 한다. 또 중고 제품의 성격 상 반품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를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제품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믿을 만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구매자들이 남긴 상품평이나 구매기를 읽어보는 것도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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