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13일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당 중심의 정치'를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와의 사전 정책 조율 필요성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회동한 것은 3월17일 안상수 당시 대표와의 정례 회동 이후 넉 달 만이다.
하지만 덕담이나 오가던 이전과 달리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하거나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내정설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전하는 등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된 오찬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책임이 당에 있는 만큼 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당 선도론'을 주장하자, 이 대통령은 "당이 선도하면 뒷받침하겠다"고 답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의 화합과 정권재창출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친서민 정책을 좀 더 국민의 가슴에 와 닿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현정부와 여당이 좌파라 할 수 없으므로 중도 우파를 견지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며 "우리 지지층이 있으므로 이들을 감싸 안고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황우여 원내대표는 "좌클릭 지적이 있는데 중산층과 서민층을 껴안으면서 가는 것이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식사가 끝난 뒤 티타임에서 남경필 최고위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으로 거론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우리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인데 대기업에게 이를 매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포스코처럼 국민 공모주 형태로 해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홍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대북 관계 개선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홍 대표와 40분간 단독 면담을 갖고 사정라인 인사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홍 대표가 형식적 주례 회동대신 상시 대화 채널 필요성을 제기하자 공감을 나타냈다. 앞서 홍 대표는 "진보정권 10년 동안 못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 대통령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며 건배사를 제의했다. 이에 이 대통령도 "홍 대표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으로 잘할 것으로 신뢰한다"면서 "걱정하는 의견은 기우라고 본다"고 힘을 실어줬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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