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했고 열심히 살아보려던 아이였는데…"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장례식장에 한 부부가 영정을 앞에 두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화환은 물론이고 조문객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난 12일 새벽 서초구 한 빌라의 6평짜리 반지하방 화장실에서 목 매 숨진 이모(27)씨의 쓸쓸한 빈소 풍경이다.
이씨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원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뒤 개인병원에서 일하며 억척스럽게 살았다. 이씨는 방 한 칸에서 부모와 남동생 등 4명이 살아가는 게 불편하다고 판단해 최근 남동생과 함께 독립을 준비했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씨는 간호조무사 일을 그만두고 피부미용 관련 자격증 공부에 몰두했다. 삶을 개척하려는 의욕이 강했던 이씨는 여성 미용에 관한 자격증만 이미 3개 이상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장녀로서 부모를 챙기고 남동생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이씨. 정작 자신은 고졸 출신으로 부닥쳐야 했던 학력 차별, 이로 인한 불안한 일자리, 만족스럽지 못한 급여 등으로 좌절감의 늪에 빠져 있었다. 자괴감과 시름이 깊어져 보름 전부터는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더욱이 공부를 병행하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일주일 전 넘어진 뒤 어깨를 다쳐 일을 나가지도 못하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이씨의 이모부는 "월급을 타면 부모에게 용돈을 주는 아이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이씨가 각종 장벽에 가로막히면서 자신에게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충동적으로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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