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자애(27)씨는 며칠 전 동네 과일 가게에서 수박을 샀다가 후회를 했다. 수박 한 통 값이 2만원으로 너무 비싸 훨씬 작은 수박을 골랐는데, 막상 먹어보니 전혀 달지 않은 '맹탕 수박'이었던 것. 황씨는 "장마철에는 큰 수박을 사야 달다는데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며 "올 여름은 당분간 좋아하는 수박 없이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백모(43)씨는 조각 수박을 고르면서 "수박 값이 너무 비싸 2분의 1이나 4분의 1로 잘라놓은 조각 수박, 그것도 저녁 시간에 떨이로 파는 것을 산다"고 말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이 턱없이 값도 비싸고, 먹을 만한 것도 적어 '수박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둘째 주 통당 1만2,500원(8㎏)이던 수박 소매가격이 올해 1만6,900원으로 35.2% 급등했다. 7월 초 소매 가격은 통당 2만원에 육박했다. 게다가 비 피해를 입은 수박은 대부분 당도가 낮아 먹을 만한 수박을 고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 대형마트의 과일 구매담당자는 "당초 농민들이 수박 농사를 상당히 많이 짓고 있어, 본격 출하가 시작되는 이달부터는 수박 값이 내려 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폭우 때문에 충남 부여, 논산 예산, 경남 하동ㆍ진주 등 주요 하우스 재배 산지가 엄청난 피해를 입어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나는 산지로 꼽히는 부여, 논산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수박뿐 아니다. 참외는 이번 호우로 주된 산지인 성주에서 재배 면적의 40%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미 1년 수확량의 70%를 수확했기 때문에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수박이 비싸 대신 참외를 사 먹으려는 소비자들은 참외를 구경하기도 힘들게 됐다. 결국 조각 과일이나 수입 과일을 사 먹는 것 외에 대안이 없는 셈이다.
과일 값은 다음달 이후에도 계속 '금값'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8월에 나오는 노지 포도는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가 낮고 출하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충북(영동 산간), 옥천, 경북 김천 등 포도 주산지들이 20% 이상 냉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추석(9월12일)이 다가오면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 추석은 예년보다 보름이나 일찍 오는데 일조량 부족으로 과일 출하는 평년보다 오히려 늦어지는 추세여서 추석 직전 '과일 파동'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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