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에 대한 일본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일본 내 탈원전 분위기는 고조됐지만, 원전 포기는 화력발전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총리는 5월 선언한 원전 증설 백지화에서 한발 물러나 단계적으로 비중을 낮추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실적인 원전 의존'을 발표, 현재 29% 가량인 원전 의존도를 2030년까지 53%로 높인다는 기존 에너지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새로운 에너지정책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간 총리는 또 기존 전력회사가 원전사업에서 손을 떼고 모든 원전을 국유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사고 위험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민간 기업이 담당할 수 있겠느냐"며 "각국 사례를 포함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 총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25% 감축하는 정부목표에 대해서도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증설은커녕 기존 원전 가동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 환경성 등은 일본 내 원전 54기를 모두 가동 중단하고 화력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990년 대비 16%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후쿠시마 원전 10기를 화력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이산화탄소는 3%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교토의정서 합의에 따라 일본은 연간 최대 2,700억엔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재일교포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주도하는 자연에너지협의회가 13일 아키타(秋田)시에서 총회를 열고 공식발족했다. 47개 광역지자체 중 36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자연에너지협의회는 경작되지 않은 논밭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 원전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일본내 휴경 농지 중 20%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할 경우 원전 50기에 해당하는 5,000만㎾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협의회의 주장이다. 손 사장은 풍력, 지열발전 등을 추가로 도입하면 2020년까지 자연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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