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로존의 운명까지 의심 받는 상황이 됐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이어 유로존 3, 4위 국가인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당초 '재정 위험국'으로 분류됐던 국가들은 모조리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다 정말 유로존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번지는 재정위기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인 Ba1으로 강등했다.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3번째 투기등급 전락이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는 재정긴축안 통과로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지만, 다시 부분적 디폴트 우려에 휩싸인 상황.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부분적 디폴트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구상 중인 옵션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지만, 결국엔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질 않는다.
더 큰 걱정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로존 경제대국들이다. 이탈리아는 재정긴축안을 두고 정치권 및 정부 내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불신을 키우고 있고, 스페인은 유럽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아킬레스건인 저축은행의 부실이 재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유럽연합(EU) 정상들까지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EU 고위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 "EU 정상회의가 15일 브뤼셀에서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로존의 운명은
이탈리아, 스페인이 무너지면 유로존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이 리먼브러더스 사태보다 훨씬 강력한 후폭풍을 맞을 게 확실하다. 지난해 7,500억유로의 구제기금을 조성하면서 "이 정도면 위기를 막는 데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만약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2배 이상의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독일과 프랑스 등 개별 국가들이 분담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로존에서 재정 위험국들을 모두 탈퇴시키고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 재정 상태가 양호한 6개국 정도만 남겨두는 것. 하지만 이 경우 탈퇴 국가들이 자국 통화에 대한 대폭적인 평가 절하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면서 유럽 내부의 분열이 더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리스, 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들이 디폴트 상황에 빠지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유로존 차원의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유로존을 유지시키려는 노력이 지속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유로존은 장기간에 걸친 준비를 통해 질서정연하게 출범했는데, 해체가 될 때는 결코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질서한 유로존 해체는 곧 유럽 국가 모두의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쉽사리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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