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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KOBACO 사장 이원창 전 의원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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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KOBACO 사장 이원창 전 의원 임명

입력
2011.07.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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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감한 시점에 또 낙하산?

가히 화룡점정(畵龍點睛) 격이다. 방송 정책 및 규제를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방송통심심의위원회에 이어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또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3일 이원창(69) 전 한나라당 의원을 KOBACO 사장에 임명했다. 일찌감치 내정설이 떠돌았던 바로 그 분이다.

이 신임 사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우파 성향의 인터넷신문 프런티어타임스 대표이사에다 지난 2월 우파 인터넷 매체 6개사가 뭉친 뉴스파인더 회장에 취임했다. 국회의원 시절 노무현 정부 인수위원회 외교안보팀의 주사파 장악설,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간첩연루설 등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일삼기도 했다. 광고판매 능력이 뛰어난 지는 모르겠지만, '공영' 미디어렙(광고판매 대행기관)의 수장으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기구들이 수장 임명 때마다 논란에 휘말리니, 이제 쓴웃음조차 안 나온다. 현 정권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연임에 성공한 뒤 "종편(종합편성채널)이란 아기를 낳았으니 아기가 걸음마를 할 때까지는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종편에 특혜를 줄 요량임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공안 검사 출신인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보도교양 프로그램 법정제재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며 심의위를 '검열'기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OBACO 신임 사장이 이들의 뒤를 이어 얼마나 화려한 활약을 펼칠 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KOBACO 사장은 연간 2조원이 넘는 지상파 방송 광고를 대행하는 막강한 자리다. 정치 논리에 휘둘릴 경우 방송의 공공성과 중립성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KOBACO 직원 150여명이 사장 임명 전날인 12일 장대비가 퍼붓는 가운데 문화부 청사 앞에서 사장 후보 재공모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KOBACO 직원들은 이 전 의원이 평소 위험할 정도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점을 가장 큰 부적격 사유로 들었다. 한 직원은 "그가 KOBACO 조직을 쪼개기 위해 임명됐다는 소문도 파다하다"며 "미디어렙법도 없는 마당에 KOBACO가 흔들리면 방송광고시장이 격랑에 휘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종편 출범을 앞둔 방송계는 현재 도청 파문으로까지 번진 KBS 수신료 인상 논란에 미디어렙 법안 표류 등 각종 악재가 뒤엉켜 혼란한 상황이다. 공영과 공정을 축으로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기구 수장에 논란이 큰 인사를 앉히는 건 혼란을 더 부추길 뿐이다. 당사자는 등 뒤에 맨 낙하산에 커다란 불덩이가 매달려 있다는 걸 알까.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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