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 스포츠대회를 유치하거나, 대회에 참가할 때 후렴구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남북 공동(또는 분산)개최, 혹은 공동입장이다. 진원지는 거의 정치권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후에도 예외가 아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1일 '남북공동개최 검토' 말문을 열자,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 기다렸다는 듯 화답했다. 장 위원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 참석차 13일 일본에 도착한 뒤 국내 언론을 통해 "동계올림픽이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남북공동개최에 대해) I hope so(그렇게 되길 원한다)"로 영어로 답변했다. 그는 이어 "남북간 정치적, 군사적 상황이 안 좋은데 그것을 개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올림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남북공동개최 카드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우선 올림픽 개최지는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대표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강원 평창 일대에서 동계올림픽을 열겠다고 IOC에 신청한 것을 이제 와서 남북공동개최를 주장하는 것은 규정위배라는 것이다. 평창은 실제 IOC에 종목별 개최 지역과 경기 일정을 담은 유치계획서를 제출한 뒤 IOC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수정하려면 IOC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탈락한 후보도시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체육계에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평창 유치위 고위 관계자는"북한이 과연 군사분계선을 개방해 관중이 자유롭게 왕복할 수 있게 해 주겠느냐"며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겠다는 심보를 보는 듯 하다"며 불쾌해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경기장 시설이나 인프라가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만큼 충분한지 의문"이라며 "공동개최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11일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IOC와의 계약 변경, 북측 경기장 건설, 남북관계 등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들이 있다"며 "정교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남북 분산 개최에 대해 반대가 73.3%로 찬성(18.0%) 의견을 압도했다. 한편 역대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대회에 참가한 것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과 같은 해 포르투갈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 두 차례다. 남북 공동입장은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후 불발됐다.
한편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장웅 IOC 위원의 발언과 관련 "정부내에서 공동 개최를 검토한 바도 없고, 지금 상황에서 그런 논의를 할 단계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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