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벌써부터 스포츠계 안팎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일고 있다.
조양호 유치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유치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이어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발언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며 한 발 뺐지만 민감한 시기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사안이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조 위원장은 또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 "스포츠전문가보다는 경영전문가가 조직위원장에 적합하다"며 "국제감각을 지닌 기업인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스포츠계에서는 다분히 조직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유치위 내부에서는 "이 정도의 표현은 유치위원장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반응이다.
대한체육회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임명하는 조직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선정돼야 한다"며 스킨십과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그러면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앞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초대 조직위원장은 모두 김정길, 김운용 당시 대한체육회장이 임명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수시로 접촉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국가올림픽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회장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위의 고위 관계자는 "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행사가 아니라 국가의 종합행정이다. 전반적인 국가 정책흐름을 파악하고 수준 높은 국제감각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88 서울올림픽 때처럼 3명의 후보가 교대로 조직위원장을 맡는 것이다. 후보군은 조양호, 박용성, 김진선 유치특임대사가 꼽힌다. 실제 88 올림픽 초대 조직위원장은 외무 장관과 미국 대사 등을 역임한 김용식씨가 맡았다. 이어 노태우 당시 내무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박세직 체육 장관이 올림픽 개최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체육회에 정통한 관계자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앞으로 6년7개월이 남았다. 지속적으로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는 자리다. 선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군이 차례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때처럼 공동위원장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지만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 여론이 더 크다.
한편 유치위는 이달 말까지 존속한 뒤 청산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어 조직위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3개월 이내에 조직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하도봉 유치위 사무총장은 조직위 출범초기에는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100여명 정도를 예상했다. 그는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현 유치위 인원 80명 중 약 70%정도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위는 IOC 정관에 따라 앞으로 5개월 이내(12월 5일)에 조직위를 출범시켜야 한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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