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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역구의원 장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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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역구의원 장관들

입력
2011.07.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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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아니 처음부터 마음은 두고 와 틈만 나면 그곳으로 달려간다. 열심히 챙겨야 다음 선거에서도 총선에서도 당선될 수 있으니까. 장관은 잠깐이고, 국회의원은 길다. 나랏일보다, 정부 정책이나 이념, 국민 복리보다 정치인으로서의 수명이, 지역주민의 한 표가 더 소중하다. 더구나 총선이 불과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장관 자리도 그것을 위해 마음껏 활용하자. 열심히 얼굴 내민 것, 장관으로서도 지역구 챙긴 것, 번지르르한 말로 생색낸 것들을 모아'업적'으로 선거 활용하면 이보다 더 좋은 홍보는 없다.

■ 지역구의원 출신 장관이 좋아하는 두 가지가 '좋은 게 좋다'와 '쇼맨십'이다. 괜히'소신'이니 '개혁'이니 하지 말고 가능한 한 말썽 없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이 적당히 지나가자는 주의이다. 능력과 전문성보다는 적당히 반발 무마용 인사나 하고,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것처럼'립 서비스'를 한다. 일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은 보신을 위해 박수를 쳐댄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역구 약사들 반발을 의식해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여론과 대통령에게 혼이 난 것도 이 때문이다.

■ 길어야 10개월짜리로 온 정병국 문화관광부장관도 마찬가지다. 대뜸 문화예산을 2%까지 늘리겠다고 큰소리 치고는, 몇 달 동안 문화예술계 여기저기 다니며 마치 지역구에 선심 공약하듯,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것처럼 말 잔치를 벌였다. 문화에 대한 철학이나 전략이란 것도 오로지 '돈'이다. 장관의 요구로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년 예산 편성을 두 배 올려 짰다가 기획재정부에 의해 여지없이 거부당해 헛고생만 했다. 이렇게 현실성이 없어도,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곧 국회로 돌아가 장관 시절 자기자랑을 하며 후임에게 호통만 칠 게 뻔하다.

■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구가 있는 장관들은 좀 천천히 나가라고 했다. 마음이 콩밭에 있는데 한두 달 더 앉아 있는다고 국정에 무슨 도움이 될까. 처음부터 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나아가 의원내각제 요소로 부작용이 더 많은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 3권분립의 헌법정신인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와 견제기능이 약해지고, 정책에 포퓰리즘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도 아니다. 국회법을 개정해 대법관, 선관위 위원 등 기존 겸직 금지대상에 국무위원을 추가하면 된다. 한나라당이 때마침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보자.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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