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첫 노동조합이 생겼다. 서류상만 존재했던 '페이퍼 노조'나 친사용자 성향 '어용노조'가 아닌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노조가 생긴 건 처음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깨질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산하 서울남부고용지청에 따르면, 13일 삼성에버랜드 소속 노동자 4명이 '삼성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조합원은 모두 삼성에버랜드 직원이지만 삼성의 전 계열사, 협력업체, 하청업체 노동자 등을 잠재적 조합원으로 하는 초기업 노조라는 취지에서 이름을 삼성노조로 정했다.
앞서 삼성노조는 1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위원장에 박원우씨, 부위원장에 조장희씨를 선출했다. 박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삼성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민주 노조 사수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상근 지도위원에는 삼성 해고자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이 위촉됐다. '삼성일반노조'는 실제로 존재하나 법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법외노조다. 김 위원장은 노조 설립과정을 도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노조는 상급단체를 결정하지 않았으나 민주노총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노조 설립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단일노조 시절이 아닌 복수노조 허용 이후 설립된 노조는 크게 이슈가 될 수 없다"며 "실제로 제 역할 하려면 대표 교섭권도 있어야 하고 직원들의 호응도 있어야 하나 그럴 수 있을지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벌써 회사의 압박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상근 지도위원인 김성환 위원장은 "지난 11일 삼성에버랜드 인사과에서 조 부위원장에게 징계위원회 회부 통지서를 보내왔다"며 "고용노동청에서 노조 신고필증이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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