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뜩이나 하반기 물가 상승의 파고가 높은 터에 장기 집중호우로 농산물값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당장 일상식 채소류인 배추 상추 시금치 등의 가격이 6월 말 대비 각각 48.7%, 47.6%, 57.3% 급등했다. 업계에선 긴 장마 후 무더위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가을 4%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끈 배추 무 파동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채소류값이 급등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즉각 물가점검회의를 주 2회로 확대키로 했지만, 국내 공급량이 줄면 결국 중국 등의 수입 농산물로 대체하는 수밖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최근엔 소비자물가 상승률 6% 이상, 돼지고기를 비롯한 식품물가 상승률 14%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상황이어서 여름ㆍ가을 농산물 가격관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가계는 전방위로 짓누르는 물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정유사들의 기름값 100원 할인조치가 끝난 7일 이후 일시 소강 상태였던 서울지역 주유소 휘발유 값은 그제 하루에만 ℓ당 14원 급등해 2,010원대까지 치솟았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7월 첫 주에만 0.3% 상승해 지난 한 달간 상승률 0.1~0.2%를 단숨에 돌파했다. 여기에 8, 9월엔 가을 이사철 수요와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정점에 이르는 가운데 공공요금의 줄인상이 예정돼 있고,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각종 생필품 인상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이 시점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 이다.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국내외 경기불안, 가계부채 부담 등을 감안할 때 물가만 겨냥해 금리를 연속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인상하든 하지 않든, 각 부처는 미시대책을 통한 물가 관리에 더욱 주력할 수밖에 없다. 행정 대책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무엇보다 해당 공무원들이 발로 뛴다는 각오로 현장을 누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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