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부의 갈등 전선이 7ㆍ4 전당대회 이후 바뀌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계파 대결 구도는 약화되고, 그 대신에 홍준표 대표와 비(非)홍준표 세력의 갈등 구도가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비 홍준표 세력의 중심에는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과 친이계 원희룡 최고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대립 구도는 12일 당직 인선을 위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홍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려고 하자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격렬히 반발했다.
갈등 전선이 바뀐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이번 갈등 구도를 중립 성향의 홍 대표 대(對) 친박계와 친이계 연대 구도로만 볼 수 없다. 유승민 최고위원과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번 경선 과정에서 각각 친박계와 친이계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나 계파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친박계 중에서도 일부 중진들은 경선 과정에서 홍 대표를 지원했으며, 이들은 이번 당직 인선 논란 과정에서 김정권 카드에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친이계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나 친이계 전체 입장을 대변해서 김정권 카드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유∙원 최고위원은 독주 스타일의 홍 대표가 자신의 측근을 사무총장으로 기용할 경우 총선 공천 때도 전횡을 휘두를 수 있다고 보고 제동을 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리더십이 오히려 친이계와 친박계의 화합 시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쨌든 두 최고위원은 두 계파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대립 구도의 변화 움직임은 앞으로 당내 역학 구도에서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립 구도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유ㆍ원 최고위원이 일단 당직 인선 갈등을 계기로 손을 잡았지만 앞으로 두 계파의 이해가 충돌하면 이들의 연대는 다시 깨질 가능성도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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