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11일 오후 1시19분께 서울 한강 잠실대교에서 하류 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수면 위에서 빠른 속도로 떠내려가던 중학생 박모(15)양이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박양은 호흡이 가능하며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대원들이 박양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자 박양은 "가정사 문제로 투신했다"고 말해 자살을 시도했음을 내비쳤다.
강동구에 사는 박양이 뛰어내린 곳은 광진구 자양동 광진교. 광진소방서는 오후 1시11분 광진교 부근 한강에서 사람이 떠내려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8분 만에 박양을 구조했다. 투신 지점에서 4km나 떠내려왔지만 다친 곳도 없이 멀쩡했다.
수영을 못하는 박양이 8분 넘게 세찬 물살 위에서 4㎞를 떠내려 왔는데 어떻게 살수 있었을까. 이유는 팔당댐의 방류였다.
이날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는 큰 비가 내렸고 팔당댐은 초당 5,000톤의 물을 방류했다. 이는 비가 오지 않을 때 팔당댐 최소 방류량인 초당 962톤의 5배나 되는 양이다. 또한 보통 10m인 광진교와 한강 수면 사이의 높이도 방류로 인해 6~7m로 낮아져 투신할 때 충격을 적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댐 방류로 인해 한강 유속이 상당히 빨라졌고 박양은 물살에 떠밀려 둥둥 뜬 채 떠내려온 것이다. 광진소방서 관계자는 "보통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몸이 물 속으로 쑥 빠지는데 박양의 경우 댐 방류로 인해 빨라진 유속의 영향으로 물 속에 가라앉지 않았고, 발부터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지 않아 생명을 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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