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보건복지부의 복지예산 요구액이 올해보다 4조원 가량 늘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 대부분이 수혜 대상자의 증가 등으로 인한 자연증액분이고, 실질적인 혜택의 증가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예산부처와의 협의과 국회 심의과정에서 금액이 조절될 수밖에 없어 실제 예산은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12일 복지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내년도 복지예산은 총 37조6,874억원으로, 올해보다 4조1,000억원(12.3%) 늘어났다. 그러나 증가내역을 보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액이 1조4,306억원, 건강보험 국고납입금 자연증가액이 8,274억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복지정책 변화와 상관없이 수혜 대상자의 증가로 늘어나는 금액이다. 노인 지원금도 3,299억원 늘어나지만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자연증가분이 대부분이다. 보육료 지원 자연증가액도 1,282억원이다. 보건의료 부분에서도 4,250억원이 증액되지만 보건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금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제도의 개선 및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복지혜택이 늘어나는 분야도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할 때 기준이 되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이 완화돼, 추가로 6만1,000명 가량이 혜택을 보게 된다. 현재는 독거노인이 소득이 없더라도 자녀가 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을 벌면 이 노인은 수급자가 될 수 없는데, 그 기준이 최저생계비의 185% 이상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는 재산 기준 등 다른 기준도 까다로워서 신규 혜택자는 예상보다 많지 않다. 5월 기준 기초생활수급자가 153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약 4% 늘어나는 셈이다.
보육분야에서는 입양아 가정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전원 보육료를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는 일반가정처럼 소득하위 70%만 혜택을 받는다.
또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를 내년 하반기부터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하고 225억원을 증액했다. 현재는 백신비만 지원되고 있으나, 민간의료기관의 높은 접종비 때문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중심으로 필수예방접종 비율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전액 지원이 아니고, 접종비 중 5,000원은 부모가 부담하도록 보수적으로 책정됐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예산이 2,400억원 가량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올해 10월 도입되는 제도인데, 올해는 3개월만 시행되지만 내년은 12개월 동안 시행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무상보육'을 달성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지만 보육료ㆍ양육수당 추가 확대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만5세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에 따로 포함됐다.
예산이 줄어든 부분은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국가 영유아 건강검진 운영 및 관리비 등이다. 복지부는 예산이 줄어든 것은 수요자 자연감소로 인한 것이지 혜택을 줄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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