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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여성이 세상에 유린당해도 그녀에겐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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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여성이 세상에 유린당해도 그녀에겐 아무도 없었다

입력
2011.07.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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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스물 일곱이지만 정신연령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서 멈춰버린 이모씨. 그는 11일 0시30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 방바닥에 벌거벗은 채 엉거주춤 앉아있었다. "차비를 주겠다"는 60대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놀라 두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옆집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은주(44)씨가 다리를 주물러 주며 안정시키자 이씨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내 2만원 어디 있어요?"

1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지적장애 2급인 이씨는 10일 오후 11시께 독립문공원 근처에서 "교통비를 하라"며 3,000원을 건넨 방모(65)씨를 따라 나섰다 성추행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하다는 것을 안 방씨가 이씨에게 접근, 차비를 준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인사동의 음식점으로 유인해 저항하는 이씨의 옷을 벗기고 성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편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음식점에 갔다가 성추행 현장을 목격한 방씨 부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방씨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줄행랑 쳤다.

그러나 홀로 남겨진 이씨는 스스로 옷조차 입지 못한 채 멍하게 있었다. 놀란 이씨를 진정시키며 30여분에 걸쳐 옷을 입힌 이은주씨는 "방씨가 이씨를 유인할 때 성관계를 하면 2만원을 주겠다고 했는지 계속 돈을 찾았다"며 "경제적으로 쪼들리는데 돈 준다는 말에 저항을 덜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서로 간 이씨가 기댈 곳은 없었다. 그는 다행히 어머니의 휴대폰 번호를 기억해 냈지만 이씨의 어머니는 경찰에게 "나도 먹고 살기 힘들어 엄마로서 도리를 다할 수 없다. 알아서 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씨는 2009년 집을 나와 강남구의 한 여성부랑인시설에서 입소와 퇴소를 반복했고, 최근에는 노숙생활까지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 여성부랑인시설의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어머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설에 왔을 때 '이씨가 나이도 어리고 여자라 너무 위험하다, 큰일 날 수도 있다'고 말해줬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일용직 건설노동자이고 어머니는 노점상을 하며 서울 수유동에 살고 있다. 언니와 남동생도 있다. 그러나 이씨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경찰의 연락에도 아무도 경찰서에 오지 않았다. 이씨는 12일 서울대병원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뒤 결국 서울 방배동의 성폭력 피해여성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환청ㆍ환시 증상을 보이고 있어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가족 동의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방씨가 자진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 확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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