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 기기로 관심을 끌며 화려하게 등장한 태블릿PC가 국내에서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업체나 제조사들 모두 태블릿PC 판매에 소극적이다. 특히 이동통신업체들은 마지못해 판매하는 눈치다. 이유는 팔아봤자 남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 그나마 많이 팔리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시장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태블릿PC의 쓰임새가 그다지 크지 않다. 스마트폰처럼 휴대가 간편한 것도 아니고, 자판 입력 방법이 컴퓨터(PC)만큼 편하지도 않다. 그렇다 보니 간단하게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동영상 감상 외에 별다른 쓰임새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이통사들은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태블릿PC를 적극 판매하지 않는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과 달리 이용량이 많아도 요금을 더 받지 않아 이통사들의 매출 증대에 별 기여를 하지 못한다. KT 관계자는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이 되는 애플 아이패드2 16기가(GB) 제품을 월 2만7,500원 요금제로 판매하면 이통사들은 1만원을 약간 웃도는 돈을 번다"며 "반면 데이터 이용량은 스마트폰의 2,3배 이상이어서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때문에 제조사들도 태블릿PC를 국내에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LG전자는 해외에서 출시한 태블릿PC 옵티머스패드를 국내에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종석 LG전자 부사장은 "국내 출시는 보류하고 해외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일께 애플 아이패드2의 대항마로 갤럭시탭 10.1인치를 출시하지만 예약판매나 사전 홍보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 모두 갤럭시탭 10.1인치를 판매할 계획이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전작인 갤럭시탭 7인치 제품을 30만대 정도 팔았는데, 그 것도 많이 팔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모토로라에서 내놓은 태블릿PC 줌은 판매량이 1만대를 넘기지 못했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제조업체에서 태블릿PC 가격을 더 떨어뜨려야 판매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태블릿PC는 용도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라며 "미국은 태블릿PC 가격이 컴퓨터(PC)의 절반 정도이지만, 한국은 넷북과 별 차이가 없는 만큼 판매 가격을 우선 낮춰서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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