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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20> 며느리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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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20> 며느리살이

입력
2011.07.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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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들이 시집살이를 꺼려서 장남까지 기피하는 풍조야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에는 자청해서 시집살이를 원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데, 그 내막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그것은 실제로는 며느리의 시집살이라기보다는 시어머니의 며느리살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젊은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에 따라 아이의 육아를 시어머니에게 부탁하는 일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남편의 수입으로 아내가 가계를 꾸리면서 부모를 봉양하고 아이까지 키웠지만, 요즘에는 그것이 불가능해져서 남편과 아내가 모두 직업전선에 나서고 아이를 키우는 역할은 시어머니가 떠맡게 된 것이다. 그 사정이 어떠하든 간에 한 평생을 시집살이를 하며 살아온 시어머니가 나머지 삶을 며느리살이를 하며 산다는 건 어찌 보면 끔찍한 일이므로, 요즘의 시어머니들은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것을 꺼리는 편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며느리살이를 하게 되면 본인의 삶과 여가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는데다 며느리를 대신해서 가사와 육아까지 떠맡아야 하므로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살이를 꺼리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노인들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아서이다. 하루 종일 진땀을 흘려가며 아이를 돌봤는데, 직장에 갔다 온 며느리가 자신의 육아방식을 두고 이런저런 잔소리까지 하니 서러워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을 하는 시어머니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실 이런 며느리살이라면 참으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한국사회에서는 시어머니만이 아닌 노인들의 권위가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원인들이 있다.

첫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돈을 기준으로 획일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는 사람을 돈으로 평가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데, 노인들이라고 해서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돈이 있는 노인들은 형식적, 표면적으로나마 자식들에게 권위를 가질 수 있지만 돈이 없는 노인들은 좀 심하게 말하면 잉여인간 취급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인색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오늘의 한국을 만든 이전 세대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분노감 때문이다. 양육을 제대로 못한 부모에게 자식들이 통상 반감을 품듯이,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이전세대를 바라보는 다음세대의 눈길이 고울 수 없다. 셋째, 날로 커지는 젊은 세대의 주인의식이 노인 세대의 권위주의와 빈번히 충돌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과거보다 학력이 높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개인주의적이라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같지 않다. 따라서 나이와 경험만을 앞세우는 노인들은 젊은이들로부터 반발을 사기 쉽다.

며느리살이도 그렇지만 결혼 후에 합가는 물론이고 명절마다 방문을 요구하는 것조차 자식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사회로부터 쓸모 없는 사람으로 취급 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노인들은 불행하다. 그러므로 미래에 노인이 될 청년과 중장년 세대는 그들을 공경하고 따뜻이 품으면서, 후세로부터 감사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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