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다른 타블로이드신문도 10년 넘게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사생활을 불법적으로 캐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도청파문으로 폐간한 뉴스오브더월드(NoW)는 자신들을 수사하는 경찰의 핸드폰까지 도청한 것으로 드러나 도청파문이 끝모를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0년까지 NoW가 고용한 사설탐정 글렌 멀케어가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부부를 도청 대상에 올려놓았고, 뉴스인터내셔널의 다른 자회사인 선데이타임스와 더선은 브라운 가족의 의료기록, 은행계좌, 법률서류까지 수집했다고 런던경찰국에 의해 확인됐다. 특히 애비내셔널은행은 2000년 1월 이후 선데이타임스를 위해 일하는 누군가가 브라운으로 가장해 콜센터로 6번 전화를 걸어 정보를 빼내간 증거를 확보했다. 2006년 10월 당시 더선의 편집장이었던 레베카 브룩스는 브라운 전 총리의 4개월된 아들 프레이저가 선천성 유전병인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다는 의료기록을 확보, 웹사이트에 공개하기도 했다. 공공이익일 때만 보도가 허용되는 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되는 사례다.
또한 뉴스인터내셔널의 자체조사 결과 NoW가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왕세자의 개인정보를 얻기 위해 왕실경호경찰에 뇌물을 준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에 돈을 주고 정보를 얻었다면 영리목적으로 외국 정부관리에 뇌물을 주는 것을 금지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저촉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2006년 NoW의 도청사건을 수사했던 5명의 런던경찰국 경찰관조차 NoW의 휴대폰 도청 표적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NoW가 자신들의 사생활을 폭로할 것을 우려해 수사를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제 불똥은 부실수사를 한 경찰로 튀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런던경찰청은 2007년 멀케어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한 데 이어 2009년 멀케어로부터 1만1,000장의 자료를 압수하고도 조사를 재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 4명의 전현직 경찰관을 소환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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