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택시 '시계외 할증요금' 부활된다

서울시 경계를 벗어날 때 요금의 20%를 더 부과하는 택시 시계외(市界外) 할증요금이 빠르면 올해 9월 부활된다.

서울시는 심야시간대에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는 승객에 대한 택시의 승차거부를 줄이기 위해 심야에 시계외 할증 요금을 기존 심야 할증과 중복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그렇지만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택시 이용객들은 사실상의 택시 요금 인상인 시계외 할증요금 부활을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시는 2009년 6월 택시 기본요금을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올리면서 인접한 경기도 11개 시(의정부 고양 김포 부천 광명 안양 과천 성남 하남 구리 남양주)에 대한 시계외 할증요금을 폐지했다.

시는 심야 승차거부가 근절되지 않자 시계외 할증을 부활하는 안을 최근 서울시의회에 보고했다. 시가 제시한 안은 ▦오후10시~오전6시 시계외 할증을 적용하고, 심야 할증(0시~오전4시)을 중복 적용하는 안 ▦오후10시~오전6시 시계외 할증을 적용하고, 심야 할증을 중복 적용하지 않는 안 ▦24시간 시계외 할증을 적용하고 심야 할증은 적용하지 않는 안 등이다.

서울시는 이 중 첫 번째 안을 선호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심야시간에 경기도로 가는 택시를 잡기가 힘들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돼 밤에만 할증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출했다"며 "지금도 웃돈을 주고 택시를 타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양성화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는 시계외 운행을 거부하는 택시에 대해서는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영업구역 밖 운행 거부는 승차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가 제출한 안은 내달 시의회 임시회 승인을 거쳐 빠르면 9월부터 시행된다. 최웅식 시의회 교통위원장은 "시의원들도 시계외 할증 부활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세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에 살며 서울로 출ㆍ퇴근하는 주민들은 요금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일산에서 여의도로 출ㆍ퇴근하는 직장인 장모씨는 "승차거부를 막으려면 콜택시를 더 늘리면 되지 추가 할증을 도입하는 건 옳지 못한 방법"이라며 "택시비가 이처럼 오르면 아예 자가용을 가지고 출퇴근 하는 게 비용이 덜 들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에서 서울을 오가는 성모씨도 "밤에도 장거리를 가자고 하면 오히려 좋아하는 기사들이 많다"며 "심야할증 20%에 더해 시계외 할증 20%를 더 내는 건 엄청난 요금 인상이라 반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를 가는 택시 이용객이 역차별을 당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는 "시계외 운행 할증을 받게 되면 가까운 시내로 가는 승객에 대한 승차거부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시내 승차거부에 대한 철저한 단속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는 시계외 할증 부활을 환영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서울을 제외한 시도는 모두 시계외 할증을 받고 있다"며 "다른 곳처럼 24시간 시계외 할증을 적용하고 심야할증도 받는 게 기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여성 직장인 채모씨는 "어느 정도 요금을 더 내더라도 밤에 택시를 빨리 잡을 수 있다면 고려해 볼만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