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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돌아온 '삐삐롱스타킹' 달파란·권병준/ "한류 만든다는 걸그룹 잘 훈련된 마네킹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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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돌아온 '삐삐롱스타킹' 달파란·권병준/ "한류 만든다는 걸그룹 잘 훈련된 마네킹 같아"

입력
2011.07.1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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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들이 유럽에서 한류를 만든다고 해요. 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노래도 가사도 아니에요. 노래를 봐서는 이들의 속마음을 모르겠어요. 잘 훈련된 기계 같은 느낌, 마네킹 같다고 생각해요."

펑크밴드 삐삐롱스타킹의 보컬이었던 권병준은 14~16일 서울 LIG아트센터에서 여는 공연 '여섯 개의 마네킹'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90년대 말 활동한 삐삐롱스타킹은 당시 한국사회의 현실을 풍자하는 음악과 반항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했다. 97년에 발표한 '바보버스'에선 교실에 갇혀 획일화된 공부에 빠진 학생들을 향해 '잘난 척 하지마/ 똑바로 살아봐/ 첨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고, 그 해 지상파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침을 뱉었다가 방송출연 정지를 당했다. 결국 나중에 밴드는 해체됐지만, 리더 달파란과 권병준은 '달파란과 병준'이라는 이름으로 앨범 '모조소년'을 내고 2004년까지 활동했다. 이후 권병준이 "한국이 싫다"며 외국으로 떠나면서 이들의 활동은 완전히 중단됐다.

7년 만에 달파란(45)과 권병준(40)이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한국 걸그룹을 겨냥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사장이 아이돌을 키운 지 20년이 돼가요.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국위 선양하고 외화 벌이하는 건데, 이제는 한류란 이름으로 아예 나라에서 기획하는 것 같아요. 운동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솔직히 헷갈려요. 걸그룹들이 우리와 같은 음악인인지 아니면 그냥 연예인인지 말이에요."(권병준)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가진 그의 모습에서 세상을 향해 침을 뱉던 20대 때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무대 위에는 키 160㎝의 여자 마네킹 여섯 개가 올라간다. 여섯은 최근 걸그룹 평균 멤버 수다. 마네킹의 팔과 다리, 목, 허리 등에는 센서가 부착돼 마네킹이 움직일 때마다 즉흥적으로 전자음을 생산해낸다. 마네킹의 몸짓을 소리로 담아낸 셈이다. 여기에 권병준과 달파란이 자신들의 목소리와 다른 악기음 등을 섞어 넣는다. "공연에서 마네킹과 춤을 추기도 하고, 팔이나 목을 뺐다 끼웠다 하면서 마구 다루는 모습 등도 보여줄 거에요. 누군가에게 조종 당하고, 때로는 아이들이 인형을 막 다루듯 그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 인형들에 대한 연민도 표현해보고 싶어요." 달파란이 손짓을 해가며 공연의 컨셉트에 대해 설명했다.

권병준은 밴드 해체 이후 2005년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3년간 공부한 후, 전자악기 연구개발 기관인 스타임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작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느 틈엔가 한국이 그리워지데요. 네덜란드에 있는 학교에서 애들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다 거절하고 그냥 돌아왔어요." 한국에 돌아와 그는 바로 달파란을 찾았다. "한국에서 달파란과 다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이번 공연도 제가 하자고 졸랐죠." 달파란은 영화 '달콤한 인생' '나쁜 영화' 등의 음악작업을 하며 현재 영화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대에서 헤드뱅잉을 하던 이들이 이제 마흔줄에 들어서 다시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남은 욕심이 있다면 무엇일까. 권병준이 각오에 차서 답한다. "이제는 인디기획사 같은 걸 하면서 후배 양성에도 뛰어들고 싶어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 배를 곯아야 하는 현실은 90년대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저희가 그들에게 길이 되고 싶어요."

글ㆍ사진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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