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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돌려막기 위험 수위/ 소액 신용대출 10명 중 9명이 5건 넘게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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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돌려막기 위험 수위/ 소액 신용대출 10명 중 9명이 5건 넘게 빌렸다

입력
2011.07.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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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A씨는 외환위기 여파로 직장을 잃었다. 당시 대학생이던 아들은 수입이 전혀 없었는데도 신용카드를 손쉽게 만들 수 있었고, 흥청망청 긁다가 몇 백 만원의 빚을 졌다. A씨는 아들의 빚을 갚으려 여러 장의 신용카드와 상호신용금고 대출 등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불어난 고금리 이자는 또 다른 빚이 돼 A씨에게 돌아왔다. 그는 "4년 전 법원에서 개인면책 결정을 받았지만 아직도 카드 발급이 안 된다"며 "카드 실적이 없으니 신용점수가 없고, 이 때문에 신용등급도 밑바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2011년. B씨는 신용카드로 월 300만원 안팎을 쓴다. 소득은 늘지 않는 가운데 아이들은 자꾸 커가고 물가는 치솟다 보니 적자 가계를 꾸린 지 오래다. 모자라는 지출은 카드 현금서비스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부터는 매달 카드 명세서가 날라올 때마다 다른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느라 바쁘다. B씨는 "월 한도 230만원을 꽉 채워 현금서비스를 받는 이 생활이 비참하지만, 연체되면 그날로 금융권 등 대출에 지장이 있어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생계형 대출을 받은 많은 소시민들을 빚쟁이로 몰아넣은 외환위기(1998년)와 카드대란(2003년)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다. 1,0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자 10명 중 9명이 여러 건의 빚을 진 다중채무자이며, 이 중 상당수가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가 다시 성행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빚빚빚…

12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소액신용대출자 중 2건 이상 대출을 상환하지 않은 다중채무자가 87.7%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보유 대출건수는 1인당 5.4건이나 됐다. 소액신용대출자 10명 중 9명이 평균 5건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체 채무보유자 가운데 3건 이상 미상환 대출자 비중도 작년 1분기 54.6%에서 2분기 55.5%, 3분기 56.1%, 4분기 57.3%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이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을 많이 갖고 있어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현재 은행만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는 8%에 불과한 반면, 은행과 비은행권 대출을 동시에 받은 채무자는 71%나 됐다. 올해 1분기 2개 이상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린 사람도 전체 다중채무자의 14.1%에 달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은 "다중채무자들이 제2 금융권과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이 많다는 것은 이들 대부분이 생계형 대출을 받은 저소득자, 저신용자라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던 계층인 만큼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돌려막기 악몽 재현되나

다중채무자가 늘면서 가계 파산의 원흉인 돌려막기가 다시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10년간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1%에서 5%대로 낮아졌지만, 제2 금융권은 반대로 4%대에서 11%로 급증했다"며 "이런 추세와 맞물려 다중채무자 비중이 늘고 있는 걸 보면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지는 돌려막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4월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1억1,488만장으로, 불과 1년 전보다 9.2%나 증가했다. 카드론 총액도 작년 말 기준 23조9,000억원으로 전년(18조원)보다 32.8% 늘었고, 전체 카드론 사용자 중 2건 이상의 카드론을 미상환한 보유자 비중은 2009년 46.7%에서 작년 50.9%로 증가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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