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숨돌릴 틈도 없이,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9곡)이 연주된다. 27년 만에 한국에 오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자신이 만든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끌고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갖는다.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쉬는 날은 토요일인 13일뿐. 한국에서 베토벤 교향곡을 잇달아 모두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9년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중동 지역의 다국적 출신 음악가들이 빚어 올리는 화음으로 무장돼 있다. 유대인 음악가와 팔레스타인계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의 동지적 관계로 더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단체는 2005년 팔레스타인의 접전지 라말라 등지에서 명연을 펼쳐 세계에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이들은 매년 여름 스페인에서 모여 연습한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지를 넘나드는 콘서트 개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렌보임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이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이번이 첫 내한이다. 독창자와 합창단이 함께 하는 제9번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지민, 베이스 함석현 등이 협연한다.
바렌보임의 행보는 이어 광복절을 맞아 분단의 심장부로 나아간다. 15일 오후 7시 임진각 평화누리의 야외 공연장은 '다니엘 바렌보임 평화 콘서트'에 자리를 내준다. 전날의 공연자들이 '합창'을 들려준다. 이 곳에서 해외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펼쳐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중에게는 방석이 제공된다.
오케스트라 이름인 디반(divan)이란 터키 궁정의 어전 회의 혹은 그것이 열리던 회의실을 뜻한다. 바렌보임은 "비록 다른 견해를 가졌더라도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 나와 생각이 다를지라도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 '디반 프로젝트'의 목표"라며 "양측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분쟁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즉 프로젝트의 비정치성을 강조해 왔다.
아시아를 첫 방문하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의 여정은 베이징, 상하이, 서울을 거쳐 루체른, 잘츠부르크 등 유럽 콘서트로 매듭지어진다. 바렌보임은 현재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종신 지휘자,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이기도 하다. 8월 10일 베토벤 교향곡 1ㆍ8ㆍ5번, 11일 4ㆍ3번, 12일 6ㆍ7번, 14일 2ㆍ9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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