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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간장만 연구해 온 샘표 기술연구소 최용호 팀장/ "한식 세계화의 시작은 전통 장류 표준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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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간장만 연구해 온 샘표 기술연구소 최용호 팀장/ "한식 세계화의 시작은 전통 장류 표준화부터"

입력
2011.07.1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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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입사해 자취할 때 한겨울인데도 방에 곰팡이가 피는 거에요. 처음엔 방이 너무 습해 그런 줄 알고 주인아주머니께 따졌죠. 그런데 알고 보니 발효연구를 위해 배양하던 미생물이 제가 연구실에서 며칠 먹고 자는 동안 몸 속에 들어와 있다 제 방에 새로 둥지를 튼 거였죠. 결국 곰팡이 원인은 저였던 겁니다."

입사 후 20년 동안 간장만 연구해온 최용호(47) 샘표 기술연구소 연구개발1팀장은 '간장의 달인'으로 불린다. 양조간장만 제품화됐던 국내 간장업계에 샘표식품이 2001년 처음 조선간장을 상품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전통의 과학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최 팀장이 한식 세계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조선간장을 개발하면서 부터다. 당시 간장발효 관련 연구문헌을 찾아보려 해도 모두 일본서적이던 불편했던 현실이 자극을 줬다. 93년부터 진행된 조선간장 상품화는 무려 8년의 시간이 흐른 2001년 결실을 봤다. 콩, 소금, 물이 원료의 전부인 조선간장을 콩 등 기본원료에 소맥 등이 첨가되는 양조간장과 같이 대량생산해 조상들이 먹던 우리 고유 간장 맛을 규격화 해낸 것이다.

"과거엔 간장을 만들 때 발효과정이 각각이었죠. 온도 등 변수도 조절하지 못했고요. 그러다 보니 집마다 혹은 해마다 장맛이 달랐어요. 그런데 한식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 발효와는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결국 한식 세계화 시작은 장류 표준화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통의 과학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일각에서는 표준화 작업이 전통 방식을 무시하려는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팀장은 이에 대해 "200년간 전통방식으로 간장을 만들었다는 종가집에 제조과정 등을 물어도 정작 계량화된 부분은 별로 없다"며 "전통제조방식 자체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제조과정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서울 고메' 푸드 페스티벌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해외 요리사들에게 선보인 투명색 간장과 분말간장 등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아 소스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을 없애거나 서양인들이 좋아할 만한 향이 나도록 한 간장에는 찬사가 이어졌다.

최 팀장은 "현행 간장 제조기술은 훈연향이 나는 미생물 등 각각 특징을 가진 수백종의 미생물을 이용해 맛, 향, 색 등을 조절할 수 있다"며 "한식 세계화의 꿈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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